환경 사랑 '녹색대학' 문 열기도 전 인기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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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 수능 지원자가 대학 정원을 밑돌면서 지방 대학 등이 신입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광고 한번 내지 않고도 인기를 끌고 있는 대학이 있다. 시인 김지하·박노해씨, 홍순명 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교장, 이정자 녹색연합 대표 등 환경인 33명이 설립 중인 녹색대학이다.

내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지난달 15일 시작된 이 대학의 수시모집에는 1일까지 65명이 지원했다.

자체 홈페이지(www.ngu.or.kr)에 신입생 모집 배너를 달았을 뿐인데 보름 만에 정원(학부·대학원 각 50명씩)의 절반 이상이 찼다. 지원 문의 전화도 잇따라 연말 정시모집까지 포함하면 경쟁률이 10대1은 넘으리라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녹색대학은 일방향 지식전달 교육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도움을 주는 교육방식의 '대안대학'이다. 김지하·박노해씨 등이 강사를 맡아 환경파괴에서 인류를 구할 대안문명을 찾는 학문을 연구한다.

녹색대학은 경남 함양군에 대지 3만평을 매입하고 교수와 학생들이 공동생활·연구를 하는 공동체를 건설할 예정이다. 개설 학과는 학부의 녹색문화학과·녹색살림학과·생명농업학과·생태건축학과·풍수풍류학과와 대학원의 녹색교육학과·생태건축학과·자연의학과 등 모두 8개다.

학제는 대학 4년·대학원 2년 이상으로 일반대학과 같다. 다만 아직 편의시설 등이 미흡해 대학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학교측은 2004학년도까지 인가를 마칠 계획이다.

녹색대학의 운영 방침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가득하다. 교수와 학생들은 하루 세시간씩 의무적으로 공동농장에서 노동을 해야 한다. 보수는 자체 화폐인 '에콜로지(ecology·원화가치와 동일)'로 받으며 이 돈으로 등록금을 내도 된다. 등록금은 국립대 수준인 1백만원에서 2백만원 사이에서 능력껏 내면 된다.

또 학교 안의 모든 사람은 '마음을 비워 몸을 날려라' '똥풀' 등 자신이 붙인 인디언식 이름을 사용한다. 초대 총장 내정자인 서울대 장회익(64·물리학)교수는 "세계 최고의 대안대학을 만들 자신이 있다"며 "다만 편의시설이 많이 부족해 독지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02-364-3605.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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