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체의학 둘러싼 혼란과 갈등 교통정리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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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뜸은 누구나 손쉽게 배워 활용할 수 있는 건강관리 수단인가, 아니면 자격증을 가진 의사들만 시행할 수 있는 전문적 의료행위인가. 양론(兩論)이 팽팽히 맞서 대립해온 해묵은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다시금 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조항에 대해 제청된 위헌(違憲)법률심판에서 합헌(合憲)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뜸은 앞으로도 한의사와 1962년 이전에 침구사 면허를 취득한 소수만 시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보면 참여 재판관 9명 중 위헌 의견이 5명으로 합헌 4명보다 더 많았다. 비록 위헌 결정 정족수 6명에 미달돼 합헌 결정이 났지만 위헌 의견의 비중이 만만치 않았다. 당연히 제도 변화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수의 재판관은 “위해 발생 가능성이 낮은 의료행위와 상응할 만한 적절한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채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은 국민의 의료선택권과 비의료인의 직업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의견을 냈다. 이는 ‘뜸 신드롬’을 일으킨 구당 김남수옹과 그의 제자·환자들을 비롯한 대체의학 옹호자들이 끈질기게 주장해온 내용과 상통하는 것이다.

물론 자격도 없는 돌팔이들이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그렇지만 소정의 교육을 받고 유·무료로 뜸 시술을 해온 수많은 무면허 구사(灸士)들을 계속 범법자로 방치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환자들과 관련업계가 더 이상의 혼란과 갈등에 시달리지 않도록 정부가 교통정리에 나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일부도 “국가는 국민 보건을 위해 제도 변경의 필요성이 있으면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밝힌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요즘은 서구에서조차 한방과 양방, 대체의학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다. 우리와 달리 침구사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들도 있다. 이들 사례를 면밀히 연구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에 나서라는 게 헌재 판결이 정부에 던져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