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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집권하고 싶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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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민주당이 참패했다. 지방선거 승리는 추억으로 변했다. 결과는 5대 3이다. 패배의 이면을 보면 사정이 더 심각하다. 세 곳에서 이기긴 했지만 한 곳은 광주다. 이겼다고 생색내기 어렵다. 강원도 두 곳의 승리도 ‘이광재 동정론’이 크게 작용했다. 그나마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는 얘기다.

민주당은 그동안 반사이익으로 살았다. 정권 심판론, 4대 강 반대 등 주요 이슈에서 주체는 민주당이 아니었다. 여권을 비판해 지지를 얻었다. 반(反)MB 정서에 기대 재미를 본 거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이길 거라고 내다본 이는 적었다. 민간인 불법 사찰,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파문, 유명환 장관 발언 논란 등 악재에 악재가 이어진 한나라당이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가 그대로 이어질 줄 착각했다. 지방선거 때 써먹었던 정권 심판론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선거 전략에서도 이재오 후보의 ‘나 홀로 선거’를 넘어서긴 역부족이었다. 공천 과정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은평만 해도 이재오 후보와 대결할 인물을 내세워야 했었다. 신경민 MBC 논설위원의 영입 실패는 부작용만 낳았다.

패배가 뼈아프긴 하지만 어차피 집권이 목표라면 시간은 있다. 대신 이대론 안 된다. 한나라당은 2004년 ‘탄핵 총선’에서도 121석을 얻은 당이다. 보수를 등에 업은 그 저력이 만만치가 않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야 할 기회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총선에서, 그리고 재·보선에서 왜 졌는지를 토론해야 한다. 권력 투쟁은 곧 망하는 길이다. 아무것도 없는데 뭘 먹겠다고 다투면 끝이다. 정세균·손학규·정동영 세 사람은 노선으로, 비전으로 경쟁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무엇으로 민주당이 집권할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기억할 게 있다. 민주당 대표실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집권 방식은 달라야 한다. 그들에겐 드라마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에겐 단일화란 드라마가, 김 전 대통령에겐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에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란 특수성이 있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가만히 앉아 “드라마가 생기겠지” 하며 기다릴 순 없지 않은가. 지금 사정을 보면 집권으로 향하는 시계(視界)는 어둡다. 민주당은 새로운 집권 비전을 보여야 한다. 그걸로 유권자를 붙들어야 희망이 있다.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