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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물러난 교육부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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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기준 교육부총리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모양새다. 자고 나면 또 허물이 드러난다. 참여연대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시민.교육단체는 아예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출근 저지 투쟁, 1인 시위 등 퇴진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한다. 여당 국회의원마저 가세하는 형국이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공세가 이 부총리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거론되고 있는 서울대 총장 시절 판공비 과다 사용과 부인의 서울대 법인카드 사적인 이용, 대기업 사외이사 겸직 문제는 이미 대가를 치른 것 아닌가. 과오를 인정해 4년 임기의 총장직 만료 6개월을 앞두고 중도하차했으면 됐지, 나더러 더 이상 어쩌란 말인가. 그가 그렇게 항변한다면 두 눈을 질끈 감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새로 제기되는 흠집 역시 이해하면 그뿐이다. 공익요원 근무를 마친 장남의 국적 포기는 세계화 시대에 용인할 수 있는 범주에 속한다. 장남의 국적 포기 한 달 후 이뤄진 수원 81평 건물에 대한 장남 명의의 등기와 재산 미공개도 이 부총리의 말대로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의혹은 남는다. 이 부총리는 국적 포기를 몰랐다가 나중에 호적등본을 떼어본 뒤 알았다고 한다. 이중 국적자로서 미국에 장기 체류 중이던 장남은 아버지가 총장에 취임하자 귀국해 병역의무를 마칠 정도인데 과연 가족과 상의하지 않았을까. 땅은 이 부총리 소유인데 왜 아들 이름으로 건물을 올렸을까. 이 부총리의 진솔한 해명을 듣고 싶다.

총장직 사퇴 후 교수로 복귀한 이 부총리의 행보를 보자. 정년퇴직을 한 뒤 부총리 발탁 때까지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과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직을 맡는 등 사회활동의 끈을 풀지 않는다. 그럴 정도로 공직 생활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연연하려면 그때부터라도 신상관리가 철저했어야 한다. 설사 법적인 하자는 없더라도 국민이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은 여전히 높고 엄격하다.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여론조사 결과는 이 부총리 임명이 부적절한 인사라는 응답이 80%를 넘는다. 적절하다는 의견은 10% 미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일 거듭되는 청와대의 이 부총리 구하기는 공허하다 못해 애처롭기조차 하다. 물론 한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대학교육 개혁이고, 이를 추진할 적격자가 서울대 총장을 지낸 이 부총리라는 두둔이 그릇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학교육이 한국 교육의 난제 가운데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분석으로 60개국 중 59위다.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대학교육의 보편화 현상이 핵심이다. 현재 대학교육 이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81.3%다. 초.중.고에서 평준화교육을 받은, 학력이 처진 학생이 너나없이 대학에 진학한다. 따라서 초.중등 교육을 먼저 정상 궤도에 올려놓지 않는 한 대학개혁은 한낱 구두선에 불과하다. 굳이 이 부총리를 고집할 까닭이 없는 셈이다.

이미 상처가 날 대로 나고 도덕성이 훼손된 이 부총리는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 초.중등 학생을 상대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겠는가. 권위가 설 리 없는 데 소신 있는 집무는 불가능하다. 결국 이 부총리가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유학자인 순자(荀子)는 말한다. "선한 행실로 남의 앞장을 서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以善先人者, 謂之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