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뛰어넘기 <3>:소금 섭취 절반으로 줄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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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대기업 영업부장인 최모(47·경기 광명시)씨는 올 봄 고혈압으로 판정되자 바로 혈압 관리에 들어갔다. 그는 헬스클럽을 다니며 지난 5개월 새 체중을 5㎏ 줄이고 고혈압 약을 꾸준히 복용했다. 덕분에 최근 주치의에게서 "약을 끊어도 된다"는 반가운 말을 들었다.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바로 생활요법이나 약물요법을 시작해야 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남식 교수는 "혈압이 그리 높지 않거나 심장병·중풍 같은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없으며 다른 위험인자(당뇨병, 흡연·비만·가족병력 등)가 없으면 일단 생활요법부터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으로 안되면 약물요법에 들어간다.

그러나 혈압이 아주 높거나 고혈압 합병증, 다른 위험인자가 있으면 처음부터 생활요법·약물요법을 함께 시작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을 140/90 아래로 떨어뜨리면 일단 치료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

◇생활 요법=고혈압은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고 꾸준히 조절해 이겨내야 한다. 식사요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염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국민고혈압사업단 강진경 단장은 "하루 소금 섭취량을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며 "기존의 반으로 줄이면 최대 혈압이 평균 4~6 감소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성 지방과 당분의 섭취를 줄여 과체중·비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박창규 교수는 "체중을 5㎏ 줄이면 최고·최저 혈압을 각각 10·5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단백질과 신선한 야채는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채류에 풍부한 칼륨은 나트륨(염분)의 배설을 돕는다. 감자·바나나·저지방유 제품·붉은 콩·오렌지·멜론 등에 칼륨이 많이 들어 있다. 우유·멸치 등 칼슘이 많이 든 음식을 즐겨 먹어도 혈압이 떨어진다.

합병증이 없다면 고혈압 초기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낫다. 운동종목은 걷기·달리기·수영·자전거 타기 등 낮은 강도에서 오래 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 좋다. 역기·아령 등 무거운 기구를 드는 운동은 운동 중 혈압을 높일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은 "고혈압 환자는 하루 30~45분, 주당 3~5일, 약간 힘들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한다.

흡연은 심혈관 질환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이므로 고혈압 환자의 금연은 의무다. 지나친 알콜 섭취도 혈압을 높이고 고혈압약에 대한 저항성을 높인다. 음주를 해도 성인 남자는 하루 소주 2~3잔, 맥주 한병반 이하(여성이나 체중이 가벼운 사람은 그 절반)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고혈압 환자가 냉온탕을 오가는 목욕을 하거나 추운 날씨에 준비없이 외출하면 중풍·심근경색 등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물요법=정상 혈압으로 끌어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고혈압 약은 사람마다 효과나 부작용이 다르다. 특히 고혈압 환자가 당뇨병·천식·협심증·부정맥 등 다른 질병이 있을 때 약을 함부로 먹으면 심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정의교수는 "혈압이 떨어지고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약을 끊는 환자가 허다하다"며 "이 경우 혈압이 다시 오르거나 가슴 두근거림·흉통 등의 증상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혈압은 평생 치료 받아야 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 절반 가까이는 약물요법을 시작한 지 6개월 이내에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한다는 외국의 조사결과가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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