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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트윗했다고 소통 포만감 느끼면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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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Q. 대표님, 현대카드 본사(서울 여의도)에 와 봤습니다. 1층 M카페에 있어요. 구내식당에는 고급 수제 햄버거 체인(직원에겐 2000원)이 있고, 주차 관리하는 곳의 컴퓨터도 맥(애플의 PC)이더군요. 직원과 사옥에 투자를 많이 하시네요. (기자)

A. 자부심이 생겨야 도전과 혁신을 감당할 수 있어요. 저희 회사 업무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대접받는 능력 있는 직원들이길 바라지요. (정태영 사장)

정태영(50·사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은 트위터를 애용하는 이른바 ‘트위터리언’이다. 최고경영자(CEO) 중에서도 박용만 ㈜두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더불어 트위터를 열심히 잘 쓰는 인물로 꼽힌다. 그래서 정 사장과 트위터 인터뷰를 시도해 봤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처음엔 현대 레드카드를 쓰는 고객으로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지난 6일 오후 첫 질문을 트위터로 날렸더니, 39분 만에 답이 왔다. 그는 임직원이 보낸 e-메일에 거의 실시간 답한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트위터 인터뷰는 18일 동안 진행됐다. 그의 트위터 아이디는 @diegobluff다. 주요 대화를 간추려봤다. (Q는 기자의 질문, A는 정 사장 답변)

Q. 고객과 직원이 트위터 하는 걸 요즘 ‘소통경영’이라고 합니다.

A. 소통이겠죠. 하지만 경영자가 트윗 좀 했다고 고객이나 직원의 마음을 꽤 알게 됐다고 포만감을 느끼면 곤란하겠네요.

그가 첫 번째 트윗을 띄운 건 지난 2월 애플 아이폰을 쓰면서부터다. 이석채 KT 회장이 아이폰을 권했고, 그는 이내 트위터에 빠져들었다. 반 년 만에 그의 트윗을 구독하는 팔로어는 6485명으로 늘었다. 팔로어가 많아질수록 알리고 싶은 일도 많아지지만 말하기 힘든 일도 늘게 마련이다. CEO 한마디는 일파만파를 낳기 쉽다. 그래서 그런지 트윗과 침묵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요령을 터득한 듯했다.

Q. 수퍼콘서트, 소더비 경매처럼 현카(현대카드)는 브랜드 차별화에 관심이 많아요.상품 차별화에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는지.

A. 카드의 업을 새로 규정하고 넓혀가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인터뷰 기간 그가 회신한 18건 중 11건이 회사 경영과 관련된 내용이었지만 몹시 신중했다.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의 경쟁’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상황 변화’ 등의 물음엔 답이 없었다. 어떤 경우엔 ‘사이드킥 질문’이라며 설명을 피했다.

Q.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앱(애플리케이션, 응용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는데요. 카드앱과 신용카드가 조만간 충돌하지 않을까요.

A. 당분간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중간에 통신회사라는 또 다른 플레이어(사업자)가 끼면서 고객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 수 있으니까요. 또 휴대전화에 고객의 지불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맘 편한 일도 아니지요.

정 사장이 트위터에서 팔로 하는 사람은 75명이다. 문화·연예계 인사가 많은 편이다. 남궁연·주영훈·남희석·엄지원이나 방송작가 김수현도 보인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정 사장이 실제로 자주 만난다. 두 사람 간의 트윗을 보면, 나이 격차를 넘어서 친구 같다.

CEO가 고객과 트위터를 하는 장점으로 친밀감 조성이 꼽힌다. 기자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CEO 정태영이 아닌 인간 정태영과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대기업 대표도 과연 주말이 기다려지는지, 아니면 월요일이 더 기다려지는지”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질문을 하시다니…. 절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람인데 주말이 기다려지죠. 일요일 저녁부터는 월요일이 기다려지고요.”

한정연 이코노미스트 기자
(트위터 아이디=@jayhan0903)

◆트위터(twitter)=2006년 미국의 잭 도시, 에번 윌리엄스, 비즈 스톤 등이 공동 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입자가 세계적으로 1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저귀다’라는 뜻에서 따온 말로, 140자 내외의 단문으로 휴대전화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올리고 받을 수 있다. 

◆기사 전문은 27일 발매된 중앙일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048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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