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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공에 뜬 ‘랩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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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반도에 처음 전개된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Raptor)가 26일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언론에 공개된 F-22는 현존하는 전투기 가운데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세계의 어떤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여도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는 전투기를 만들라”는 미 공군의 요구로 1997년 개발됐다.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과 최첨단 장비를 갖춰 5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한·미 연합해상훈련인 ‘불굴의 의지’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온 F-22 2대는 이날 오산 기지 제5정찰대대 격납고에서 완전 무장한 채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F-22는 이번 훈련에서 북한군의 레이더·대공포·대공미사일 기지 등 방공망을 제거하는 공격편대군의 선두에 설 예정이다. 아군의 전자전기가 강력한 전파로 레이더를 교란하면 뒤이어 F-22가 합동직격탄(JDAM) 등 유도폭탄으로 레이더를 파괴한다. 상황에 따라선 F-22 스스로 적의 레이더를 교란하면서 은밀하게 침투해 탄도미사일 기지와 핵시설 등을 타격할 수도 있다.

제프리 래밍턴 미 7공군 사령관은 이날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날아온 F-22 조종사들과 함께 직접 F-22를 소개했다. 래밍턴 사령관은 “F-22는 이번 훈련을 통해 한반도 방위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확고하며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하는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격퇴할 만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불굴의 의지’ 한·미 연합훈련 이틀째인 26일 미 공군 차세대 주력 전투기 F-22 랩터(왼쪽에서 둘째·셋째)가 전투기들과 함께 편대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F-22는 최첨단 특수레이더인 APG-77 AESA를 장착해 최대 250㎞ 떨어진 곳에 있는 직경 1m 물체를 식별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니 조기경보기(AWACS)’로도 불린다. 일반 전투기와 달리 애프터 버너라는 장치를 이용해 마하 1.5의 속도로 계속 비행할 수 있다. 이런 속도로 오키나와에서 출격하면 1시간 만에 한반도 상공에 도착해 곧바로 작전 임무를 수행한다. F-22는 현재 미 알래스카 엘멘도르프 공군기지와 하와이 히컴기지, 괌 앤더슨 공군기지와 일본 가데나 기지 등에 배치돼 있다.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전력이다.

F-22의 가장 큰 특징은 현존 전투기 가운데 스텔스 기능이 가장 탁월하다는 점이다. 기체가 레이더파를 거의 반사하지 않는 재질로 돼 있기 때문이다. 스텔스 기능에 속도까지 빨라 지상에선 F-22가 폭격하고 지나간 뒤에야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F-22는 이런 전투력을 갖춰 다른 고성능 전투기와의 모의 전투 결과 일방적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F-22는 성능이 너무 앞선 데다 고가여서 양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F-22가 겨냥한 러시아 전투기에는 경쟁 상대가 없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F-22는 94년 개발 당시 750대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2003년 442대로 축소됐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4월 F-22를 187대만 확보하기로 최종 결정해 생산이 사실상 중단됐다. 대당 평균 가격이 3억6100만 달러로 추산된다.

◆훈련 이틀째=한·미 연합훈련 이틀째인 26일 오후 동해상에서 양국 전투기와 함정, 잠수함이 참가한 편대 및 전술기동훈련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11시쯤 경북 포항 동북쪽 160㎞ 해상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9만7000t급)를 중앙으로 한·미 함정, 잠수함 등 13척이 대열을 이뤘다. 우리 측에서는 해군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1만4000t급)과 KDX-Ⅱ급 한국형 구축함(4500t급)인 문무대왕함·최영함, 호위함(2300t)인 충남함, 초계함(1200t급)인 군산함과 진주함 등이 모습을 보였다. 미측에선 이지스 구축함(9200t급)인 매캠벨호·라센호·커티스윌버호·정훈호가, LA급 핵추진 잠수함(7900t) 투산 등이 동행했다. 정훈호는 한국계 미 해군 제독의 이름을 딴 구축함으로 하와이에 배치돼 있다.  

오산=국방부 공동취재단,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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