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떠벌리기 좋아하는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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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그는 떠벌이기 좋아하는 사람!”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 폴로를 당시 베네치아인들은 이렇게 치부했다. 그의 체험담이 허풍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마르코 폴로를 지칭하던 ‘떠벌이기 좋아하는 사람’은 바르게 쓰인 걸까? 사실보다 부풀려 허풍을 떤다는 뜻으로 사용됐으므로 ‘떠벌리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바뤄야 한다. 흔히 ‘떠벌이다’와 ‘떠벌리다’를 혼동하지만 둘은 의미가 다르다.

‘떠벌이다’는 굉장한 규모로 차리는 것을, ‘떠벌리다’는 이야기를 과장해 늘어놓는 것을 말한다. “이것저것 떠벌여 놓은 사업만 많고 실속은 없다” “그는 정부 고위 인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처럼 떠벌리고 다녔다”처럼 써야 바르다.

‘떠벌이다’와 ‘떠벌리다’ 모두 부정적 의미를 품고 있어 떠벌이는 일에 대한 결과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거나 떠벌리는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떠벌리는 사람’을 ‘떠버리’라고 하는 경우도 많지만 미묘한 뜻 차이가 있다. ‘떠버리’는 자주 수다스럽게 떠드는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단순히 수다스러운 사람이라면, ‘떠벌리는 사람’은 허풍쟁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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