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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대출금리 잇따라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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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은행권 대출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각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가계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도 속속 인상되고 있다. 서민과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씨티은행은 21일 직장인 신용대출 기준금리를 기간에 따라 연 0.07~0.12%포인트 올렸다. 닥터론·팜론 등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 금리도 각각 0.12%포인트 올렸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신용대출금리를 0.02%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0.12%포인트 더 높였다. 현재 금리는 5.61~7.97%를 적용하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전 은행에서 인상됐다. 9일 기준금리 인상 직후 CD금리(3개월물)가 0.17%포인트 오르자, 각 은행이 인상 폭을 그대로 대출금리에 반영했다.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금리도 올랐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15일 0.12%포인트 올라간 영향이다.

기업에 적용하는 대출금리도 오르긴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은 BBB+급 중소기업 담보대출 금리를 기준금리 인상 뒤 0.05%포인트 인상했다. 다른 시중은행도 비슷한 대출상품의 금리를 0.02%포인트가량 올렸다. 은행권 대출금리가 줄이어 오르면서 대출자들이 물어야 할 이자는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이 금융회사에 빌린 빚은 5월 말 기준으로 1408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서만 40조5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이것도 캐피탈사와 대부업체의 대출은 빠져 있는 수치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상 폭(0.25%포인트)만큼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감안할 때, 가계·기업에 돌아가는 추가 이자비용은 1년에 적어도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연내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더 오른다고 가정하면 이 금액은 더 늘어난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엔 연 2.25%인 현재 기준금리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수요 쪽의 압력이 커지고 있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정책 운용의 여지를 위해서라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물가 오름세가 심각할 때는 금리의 오름폭이 얼마냐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시장에 (금리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망에 대해선 “생각보다 상당히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5.9%로 올렸다”며 “지난해 성장률이 0.2%에 그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정상적인 성장률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원배·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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