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결정 3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헌법재판소는 29일 부실경영에 책임이 없는 임원과 주주에게 법인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묻는 것과,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공무원을 당연 퇴직시키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그러나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일률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河炅喆재판관)는 이날 서울지법이 H상호신용금고 임원 李모씨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제기한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정위헌이란 어떤 법률을 특정 방향으로 해석할 경우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법률조항은 책임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부실경영에 책임이 없는 임원이나 51% 이상의 주식을 가진 과점 주주에 대해 예외없이 채무의 연대책임을 묻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金榮一재판관)는 또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퇴직한 郭모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선고유예를 받은 사람을 당연 퇴직토록 규정한 지방공무원법 제31조는 이날로 효력을 상실했으며, 비슷한 법조항을 가진 국가공무원법과 경찰공무원법 등도 개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유예 받았더라도 범죄의 유형과 내용이 다양하고 그에 따라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도 차이가 있다"며 "그러나 이 법률조항은 금고 이상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모든 범죄를 퇴직 사유로 규정해 공무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周善會재판관)는 이날 서울행정법원이 "승용차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토록 한 옛 지방세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제청 사건에서 "자동차는 사용에 가치가 있으므로 배기량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은 합헌"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김기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