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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종합적 이해의 중요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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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과학이 발전하게 되면 이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면서 자연세계에 대한 이해의 목록이 풍부해진다. 이는 대부분 점진적인 발전의 과정이다. 그러나 때로는 기존의 이론체계로 이해되지 않는 관찰이나 실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존의 체계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기존의 이론체계를 적절히 수정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새로운 이론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는 세계를 바라보는 틀을 교체하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의 과정이다.

만유인력의 법칙도 이러한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중세 이전에는 천상의 운동과 지상의 운동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구분했다. 그들에게 천상의 운동은 완벽한 조화로움이고 지상의 운동은 혼돈 그 자체였다. 그러나 갈릴레이 이후 이러한 시각을 점차 부정하게 됐고, 뉴턴에 와서 마침내 사과와 달의 운동이 동일한 운동법칙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로부터 무수한 천체의 운동이 설명됐다.

이는 물리학의 발전이 자연세계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과정과 맞물려 간다는 한 예다. 피상적으로 관찰하면 개개의 자연현상은 대단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그 현상들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보다 포괄적인 이론으로 여러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서로 관련없다고 여겨졌던 잡다한 현상들이 점차적으로 적은 수의 원리에 의해 통일적으로 이해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론도 세계에 대한 포괄적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특수상대성 이론은 그 이전에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간과 공간이 사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대론은 시간의 간격이 물체의 운동에 의해 달라진다고 예측하며 이는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상대론이 포괄적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는 것은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에서도 마찬가지다. E=mc2으로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정지한 물체의 에너지는 광속의 제곱을 질량에 곱한 것과 같다는 질량-에너지의 등가성이 상대론의 가장 중요한 결론이다.

그 이전의 물리학에서 질량과 에너지는 서로 별개의 것이어서 질량 보존의 법칙과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그 적용범위가 서로 다른 것이었다. 즉, 질량은 질량대로 보존되고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보존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론에 의하면 질량과 에너지는 서로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물리량이며, 따라서 그 어느 하나가 보존된다는 것은 다른 하나가 같이 보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두 물리량에 대한 보존 법칙은 단일한 법칙으로 종합됐다.

이러한 포괄적 이해의 안목은 단순히 세계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연에 대한 무한한 이용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질량과 에너지의 동일성으로부터 질량과 에너지의 상호변환이 예측됐으며, 원자폭탄이나 원자력 발전으로 이것이 증명됐다는 것이 그 예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우리가 가진 것들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주변을 얼마나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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