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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개그맨 안어벙의 계란 다섯 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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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 최고의 코너로 꼽힌 개그콘서트 '깜빡 홈쇼핑'의 안어벙.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스타덤에 오른 듯 보이지만 그에게는 인생의 쓴맛으로 목이 메던 눈물 젖은 빵, 아니 눈물 젖은 '알'이 있었다는데.

"2002년 가을. 인천 사촌형 집에 얹혀 살면서 날마다 대학로로 출근해 무작정 길거리 공연을 했어요. 그때는 꿈과 희망만으로도 배가 부를 줄 알았는데 너무 허기지고 기운이 없어 공연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몸보신 하려고 주머니 탈탈 털어 가진 돈 전부로 날계란 다섯 알과 우유 500㎖를 샀죠. 이걸 어떻게 먹었게요?"

우유 계란찜? 우유 계란말이? 아님 따끈한 찐 계란과 우유 한 잔?

꿈도 야무지단다. 알고 보니 생우유에 생달걀을 몽땅 풀어 후루룩 한번에 원샷! 그것도 차가운 길 위에서. 그렇게 버티고 또 버텼건만 오랜 공연의 후유증은 마치 미각을 잃는 대장금처럼 그에게 밥맛을 잃게 했다.

"밥알이 까끌까끌 모래알 같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모래주머니! 그때부터 3년 동안 지하철 탈 때, 공연할 때 항상 발목에 차고 다녔거든요. 그랬더니 운동도 되고, 잠도 잘 자고, 밥맛도 좋아지더라고. 사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운동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얼마 전 과감한 노출로 개그콘서트를 시청하던 여성팬 1만2000명을 기절시킨 초유의 사건이 떠올랐다. 2대8 가리마에 어눌한 말투, 초점 흐린 눈동자, 그리고 유난히 옷이 크게 느껴지는 자그마한 체구 속에 감히 근육질 몸매가 감춰졌을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중학교 1학년 때 팔씨름 대왕인 친구가 있었어. 어느 날 한 손으로 우리 반 녀석을 번쩍 들어서 던지는 거여. 그때 처음 나도 남자답게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것의 마데전자의 정신입니다."

친구 따라 운동 시작한 안어벙의 몸만들기는 심지어 군대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겁없는 이등병 어벙은 취침 점호 후 몰래 빨래터에서 혼자 운동하다 들키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일주일에 한번 꼭 짬을 내어 친구들과 농구를 한다. 그래서인지 그를 보고 한바탕 웃고 나면 덕분에 건강해지는 느낌마저 드는데. 눈물나는 불경기에도 웃게 하는 이 남자. 북극에서 에어컨을 팔고, 아프리카에서 보일러를 팔 수 있을 것 같은 세계로 가는 마데전자 CEO, 개그맨 안어벙. 이 시대 최고의 웃음을 파는 그에게 자 빠져 봅시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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