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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25> 여름 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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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기상청의 예보관들이 가장 긴장하는 시기가 여름입니다. 푹푹 찌는 폭염뿐 아니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장마전선,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폭우, 강력한 위력의 태풍까지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계절에 비해 그만큼 정확하게 날씨를 예보하기도 힘듭니다. 나들이나 물놀이 계획을 짜야 하는 시민들 입장에서도 날씨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아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여름 날씨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장마 32~33일간 전국 평균 강수량 338.1㎜

2010년 7월 16일 오전 8시 50분 상황. [자료: 기상청]

여름이 왔다는 느낌은 축축한 장맛비에서 시작된다.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장마지만 지난해처럼 집중호우가 내려 많은 수해를 내기도 하고 올해 중부지방처럼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마른 장마’가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장마(1971~2000년까지 30년 평균 기준)는 제주도에서는 6월 19일, 남부지방은 6월 22~23일, 중부지방은 6월 23~24일 시작된다. 또 장마가 끝나는 시기는 제주도가 7월 20~21일, 남부지방이 7월 22~23일, 중부지방은 7월 23~24일이다. 장마 기간인 32~33일 동안 전국의 평균 강수량은 338.1㎜(지역에 따라 199~449㎜)로 연간 강수량의 25%에 해당한다. 국립기상연구소는 2008년 장마철에 내리는 비를 수자원 확보라는 관점에서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247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장마’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견해가 다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장마를 표현할 때 ‘흙비’를 의미하는 ‘림우(霖雨)’ 또는 ‘음우(淫雨, 陰雨)’ 등을 사용했고, 한문 교습에 사용됐던 훈몽자회(訓蒙字會)나 신증유합(新增類合) 등에선 ‘댱마 림(霖)’이라는 주석을 달았다. 이것으로 미뤄 ‘댱맣’에서 차츰 ‘장마’로 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댱’은 길다(長)는 뜻이고 ‘맣’은 물의 옛말로 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중국에서는 장마를 매실이 익어갈 때 내리는 비라 하여 ‘메이위(梅雨)’라고 하고, 일본에서도 ‘바이우(梅雨)’라 부른다.

기상학적으로는 장마전선이 원인이 돼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것을 말한다. 기온이 낮고 습기가 많은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 전선이 생긴 후 한반도 상공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온도 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두 고기압 사이에는 뚜렷한 전선이 형성된다. 장마전선은 양쪽의 고기압 세력이 밀고 당김에 따라 남북으로 오르내리는데 이것을 장마전선의 남북진동이라고 한다.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강해져 전선을 북쪽으로 밀어 올리면 한반도에는 무더운 여름 날씨가 나타나고 장마전선은 사라진다.

기상청은 과거 장마의 시작과 끝을 한 달 전쯤에 미리 예보했으나 2008년부터는 실제 장마 시작 무렵에야 예보하고 있다. 장마전선이 형성되기 전이나 소멸된 후에도 강한 비가 빈번하게 내리면서 장마의 시작과 끝을 예보하는 것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기상학적인 측면에서 장마에 대한 관측은 지속하고 있다.

폭염 낮 최고 35도 이상, 이틀 넘게 지속 땐 폭염경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면서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지구온난화 추세로 인해 여름철 폭염 혹은 열파로 인한 피해가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2003년 프랑스에서만 노인을 중심으로 1만5000여 명이 폭염으로 인해 숨졌고, 독일·스페인·이탈리아·영국 등 유럽 전체로는 3만5000여 명이 피해를 보았다. 극단적인 고온은 인체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된다. 체온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노인들은 특히 위험하다. 이에 앞서 1995년 7월 12~15일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낮 최고 기온이 40도까지 치솟아 40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폭염 때면 농사일을 하던 노인들이 쓰러져 목숨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폭염이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1994년 6~9월 4개월 동안 서울지역에서만 889명(93년, 95년 비교)이 초과 사망했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지난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이상고온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33년 연간 322명에서 2051년에는 640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상청에서는 2008년 폭염특보를 도입, 여름철 동안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발표하고 있다.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고 열지수(Heat Index)의 최고치가 32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측될 때 발표된다. 또 폭염경보는 낮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이고 최고 열지수가 41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열지수는 그날의 최고 기온에 습도 등을 감안해 산출되는 값이다. 쉽게 말해 기온과 습도가 높을 때 발표되는 것이다.

2008~2009년 폭염특보 시행 결과를 보면 예상대로 남부 내륙지방에 폭염이 자주 발생했다. 지난 2년 동안 폭염주의보에 해당하는 날씨가 나타난 경우는 경남 밀양이 50일로 가장 많고, 대구 45일, 경남 합천 44일, 경북 의성 38일 등의 순이었다. 반면 강원도 태백과 대관령 등 고도가 높은 지역이나 부산·여수·울릉도 등 해안 지역은 폭염주의보에 해당하는 날씨를 보인 경우가 없었다. 서울은 2008년에 사흘, 2009년에 나흘이 폭염주의보 기준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태풍 진행 방향 중심에서 오른쪽 부분 강풍 심해

2003년 9월 남부지방을 덮친 태풍 ‘매미’의 모습. 커다란 소용돌이 중심에 ‘태풍의 눈’이 뚜렷하게 보인다. 경남 삼천포 부근에 상륙한 이태풍으로 인해 117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다. 재산 피해도 4조7810억원에 달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2008~2009년에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여름철 날씨 중에서도 가장 큰 위협은 뭐니뭐니해도 태풍이다.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만들어지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17m 이상의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하는 것을 말한다. 열대성 저기압은 발생하는 장소에 따라 부르는 명칭도 다양하다. 북태평양 서쪽 해상에서 발생하면 태풍이라고 부르지만, 인도양에서 발생하면 ‘사이클론’, 북대서양 서쪽 해상에서는 ‘허리케인’, 남반구 호주 북부 해상에서 발생하면 ‘윌리윌리’라고 부른다.

▶태풍의 구조와 이동=태풍은 가운데 부분이 비어 있는 거대한 소용돌이 구름의 모양을 하고 있다. 강한 비바람을 머금은 부분은 태풍의 크기에 따라 중심부에서 200~500㎞ 정도 된다. 태풍의 중심 부분으로 갈수록 기압은 낮고 풍속은 강해지지만 중앙부에는 바람과 구름이 없는 ‘태풍의 눈’이 자리 잡고 있다.

한반도에 다가오는 태풍은 북위 4∼25도, 동경 120∼160도 사이에 이르는 바다에서 생성된다. 여름철 태양이 작열하면 남방의 여러 섬의 지표면이 가열돼 상승기류가 생기고 주변 바다에서는 이 빈 곳을 채우기 위해 섬을 향해 바람이 불어 들어오게 된다. 이때 섬과 바다 사이에 소용돌이가 생기고 이것이 발달해 태풍이 된다. 바닷물 수온이 높아 수증기 발생이 많으면 열대성 저기압은 상승기류를 끊임없이 일으켜 태풍으로 커지게 된다.

태풍은 보통 북서쪽으로 진행하다가 북위 20∼30도 부근에 이르면 그 진로를 북동쪽으로 전환해 포물선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다.

북반구에서 태풍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소용돌이치며 분다. 태풍 진행 방향을 중심으로 오른쪽 반원은 태풍의 바람과 진행 방향이 일치해 강풍과 폭풍우가 더 심하기 때문에 ‘위험반원’이라고 한다. 왼쪽 반원은 ‘가항반원’이라고 해서 상대적으로 바람이 약하다.

영향권의 반경과 최대 풍속을 기준으로 소중대, 강중약 등으로 구분된다. 그중에서 영향 반경을 기준(풍속이 초당 15m를 넘는 부분)으로 하면 소형은 반경 300㎞ 미만, 중형은 300~500㎞ 미만급을 의미하며 대형은 500~800㎞ 미만, 초대형은 800㎞ 이상의 태풍을 말한다. 또 풍속을 기준으로 하면 ‘약’은 초당 풍속 17~25m, ‘중’은 25~33m, ‘강’은 33~44m, ‘매우 강’은 44m 이상으로 분류된다.

▶태풍의 이름=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고, 예보관들이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붙여 부르면서 태풍에 여자 이름을 붙이는 게 관례가 됐다. 78년 이후에는 남자와 여자 이름을 번갈아 붙였다. 2000년부터는 국제태풍위원회 총회 결정에 따라 태풍의 영향을 받는 한국·북한·미국·중국·일본 등 14개국에서 10개씩 제출한 140개 이름을 28개씩 5개 조로 나눠 국가명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붙이고 있다. 140개를 모두 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태풍이 보통 연간 30개쯤 발생하므로 이름이 한 바퀴 도는 데 약 4~5년이 걸린다. 그러나 큰 피해를 낸 태풍의 이름은 피해를 본 나라의 요청으로 빠지고 대신 새 이름을 넣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개미·나리·장미·미리내·노루 등 10개를, 북한에서도 기러기·도라지 등 10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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