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톱 + 휴대폰' 新개념 컴퓨터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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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실리콘 밸리 사람들이 즐기는 오래된 추리게임이 있다. 애플컴퓨터 회장인 스티브 잡스(사진)가 다음엔 무슨 일을 벌일까를 맞히는 것이다.

특히 애플사가 매킨토시의 작동체계 'OS Ⅹ'의 새로운 버전 출시를 앞둔 상태라면 궁금증은 더하게 마련이다.

뉴욕 타임스는 18일 스티브 잡스가 핸드 헬드 컴퓨터(휴대할 수 있는 PDA 같은 종류의 컴퓨터)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라는 깜찍한 PC를 1976년 세상에 내놓은 애플사의 공동 창립자 잡스는 85년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 되자 12년 만인 97년 복귀했다. 98년 매킨토시의 새 모델인 '아이맥' 시리즈의 대성공에 힘입어 그는 화려하게 재기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가 요즘 핸드 헬드 컴퓨터 사업에 뛰어들려 한다고 전했다. 팜톱 컴퓨터(손에 들고 다닐수 있는 소형 컴퓨터)의 성격이 결합된 휴대전화 사업을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93년 애플사는 PDA의 초기 형태를 갖춘 뉴턴을 출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 이 때문에 회사의 경영이 흔들려, 당시 사장이던 스컬리는 결국 옷을 벗어야 했다.

잡스는 실제 스컬리-뉴턴의 유산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고 회사로 복귀하자마자 뉴턴을 즉각 폐기했다.

그런 그가 이 사업에 나서려는 것은 아이러니다. 특히 지금은 뉴턴이 나올 때와는 달리 마이크로소프트나 모토로라 등이 비슷한 사업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위험이 크다.

잡스와 애플사측은 이런 계획에 대해 일단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애플사 내부적으로 '아이폰'이라고 불리는 계획이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그 증거의 하나로 전문가들은 잡스가 애플사에 복귀한 뒤 비밀리에 팜톱 컴퓨터 제조업체인 '팜'사를 10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수계획이 실패하자 애플사가 독자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24일(현지시간) 매킨토시 'OS Ⅹ 10.2'가 장착된 새 컴퓨터가 시판에 들어간다. 새로운 시스템에 네트워킹된 휴대전화는 기존의 전화보다 채팅이나 메일을 보내는 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그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올해나 내년 중 PDA는 휴대전화에 포섭되고 말 것이며 PDA의 시대는 갔다"고 밝힌 바 있다. 잡스가 이제 스컬리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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