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 출신 '그린 풍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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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 편의 드라마였다.주연은 무명의 리치 빔(32·미국)이었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조연에 머물렀다. 빔은 19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골프장(파72·6천6백98m)에서 끝난 올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0언더파 2백78타로 우즈의 추격을 한타 차로 따돌리고 워너메이커 트로피와 함께 우승상금 99만달러(약 12억원)를 받았다.

이날의 승부처는 11번홀(파4·5백43m)이었다. 오른쪽으로 굽은 이 홀에서 빔은 드라이버샷을 2백97m나 날려보냈다. 그러고는 아이언샷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과감히 3번 우드를 꺼내든 뒤 두번째 샷을 홀 1.8m 옆에 붙였다. 이글을 잡아낸 그는 '아메리칸 슬램'을 노리던 우즈와의 격차를 3타차로 벌렸다. 빔은 이처럼 과감하고도 공격적인 플레이로 오히려 '추격자' 우즈를 압박한 끝에 우승을 따냈다.

빔은 1994년 프로가 됐지만 퀄리파잉 테스트의 벽에 막혀 PGA 진출이 어렵자 '나는 골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며 선수생활을 포기했다. 뉴멕시코 주립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그는 클럽을 놓은 뒤 시애틀에서 시간당 7달러(약 8천4백원)를 받고 휴대전화와 카 스테레오를 파는 세일즈맨으로 평범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멕시코 주립대학 골프코치였던 아버지 래리 빔의 영향을 받고 자라난 빔은 골프와의 인연을 끊기가 어려웠다.

결국 텍사스주 엘파소골프장 티칭프로로 변신, 다시 골프와의 관계를 이어갔다. 빔은 다시 퀄리파잉 테스트에 도전했고 99년 꿈에 그리던 PGA 투어에 데뷔했다. 12번째로 출전한 대회였던 켐퍼오픈에서 감격의 첫승을 거두면서 그해 상금랭킹 67위(61만5백55달러)에 오르기도 했다. 빔은 최근 2년간 상금랭킹 1백위권 밖에서 맴돌며 부진했으나 지난 겨울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거치며 면모를 일신했다.

성백유·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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