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특징 없는 개각, 우려가 더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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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교육인적자원부를 비롯한 6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이로써 집권 3년차 국정을 이끌어 갈 내각 진용이 짜였다. 청와대 인사수석은 "지난해와 재작년 2년에 거쳐 풍파가 많지 않았냐"며 "을유년 새해에는 좀더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자는 것이 총체적 판단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신임 장관의 면면을 보면 인사 수석의 말대로 새 출발을 기대하기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의 경우만 봐도 서울대 총장 재직 시절 사외이사 겸직, 판공비 과다 사용, 연구비 미신고, 아들의 병역문제 등으로 도중하차했던 전력이 있다.

물론 대학 경쟁력 강화와 교수 평가제 도입 등 나름의 업적도 있었지만 교육행정이야말로 다른 부처의 행정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학생.교사.학부모의 묵시적 동의나 지원 없이는 성공적인 행정을 펼치기 어려운 분야가 교육이다. 이 때문에 다른 부처에 비해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가 교육부 장관이다.

다른 신임 장관들의 경우도 적재적소의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 산업자원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일의 성격이 전혀 다른 내무 지방행정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탁월한 혁신 기획능력이 평가받았다고 하지만 내무 행정을 총괄하는 행정자치부가 실험의 대상이어서는 곤란하다. 오랜 기간 부산시에서 근무했다고 해 해양 행정을 잘 하리라고 보는 발상도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차출했던 것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짙어보인다.

특히 쌀 협상 이후의 농정을 농민운동가 출신에게 맡긴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성난 농심을 농민운동가를 발탁해 달래기보다는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인물을 골라야 했다. 앞으로 쏟아 넣을 100조원의 농촌지원금이 또다시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신임 장관들은 이 같은 국민적 우려를 깊이 인식하고 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