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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홍수지역 예술품 안전 대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밀려오는 수마(水魔)로부터 예술품을 지켜라."

1백5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중부유럽을 강타하는 바람에 수몰위기에 처했던 예술작품과 문화재들 대부분이 안전한 장소로 옮겨졌다고 영국의 BBC 방송과 독일 dpa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dpa에 따르면 14일 독일 드레스덴을 관통하는 엘베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자 드레스덴 시청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 수백여명이 엘베강변의 츠빙거궁과 젬퍼 갤러리 등에 뛰어들어가 소장 예술품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라파엘로가 그린 '시스티나의 마돈나' 등 희귀 미술품 컬렉션을 소장한 츠빙거궁은 홍수로 지하 저장실이 물에 잠겼다.

큐레이터와 군인·자원봉사자들은 무릎까지 찬 츠빙거궁의 지하저장실에 일렬로 서서 꼬박 이틀간 총 8천여점의 예술품들을 날라 옮겼다.

드레스덴의 마틴 로스 미술품 수집국장은 "마지막 미술품이 건물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단 한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며 "목숨을 건 작업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젬퍼 갤러리와 필린츠궁에서도 각각 4천여점과 1천여점의 미술품을 실어냈다.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이들 건물 지하실에 찬 물을 양수기로 퍼올릴 때는 이미 예술품들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진 뒤였다.

인근 체코의 프라하 시 당국도 14일 블타바강의 수위가 높아지자 예술품들을 고지대로 옮기는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홍수로 한때 붕괴 위기에 놓인 프라하 국립극장의 직원들은 희귀 예술품들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지하실의 물을 퍼내며 끝까지 극장을 지켰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예술품들이 대부분 안전하게 옮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술품들이 과도한 습기에 노출돼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6일 오전 엘베강의 수위는 1845년의 8.76m를 넘겨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독일 작센주 의회 건물과 드레스덴 중앙역은 이미 침수돼 폐쇄됐으며, 드레스덴 시당국은 주민 3만명에 소개명령을 내렸다. 이번 홍수로 체코와 독일·오스트리아·루마니아·러시아 등 5개국에서 발생한 사망자와 실종자의 수는 1백여명에 달한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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