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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우연한/우연찮은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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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최근 독자에게서 “우연히 만났다”와 “우연찮게 만났다” 어느 표현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무래도 ‘우연찮게’가 틀린 말이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 있었다.

‘우연찮다’는 ‘우연하지+아니하다’의 준말이다. 구조상으로 ‘우연하다’를 부정하는 말이다. 따라서 “우연찮게 만났다”는 우연히가 아니라 무언가 의도해서 만난 것이 된다. ‘시원하게/시원찮게’ ‘수월하게/수월찮게’ ‘만만하게/만만찮게’가 각각 반대 뜻인 것을 생각하면 ‘우연찮게’도 ‘우연하게’의 반대말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우연찮다’가 원래는 ‘우연하다’와 상반된 뜻이지만 같은 의미로 쓰이는 현실을 감안해 동일한 뜻의 표준어로 인정했다. 다만 ‘우연찮다’는 ‘꼭 우연한 것은 아니나 뜻하지도 아니하다’는 다소 모호한 설명을 달았다. “우연히 만났다”나 “우연찮게 만났다”나 의미상 별반 차이 없이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설명은 궁색한 측면이 있다.

결국 ‘우연하다’와 ‘우연찮다’는 같은 뜻의 표준어다. ‘엉터리다’ ‘엉터리없다’ 역시 원래는 반대말이었으나 현재는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의미로 함께 쓰이는 단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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