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곤충채집을 가르쳐준다는 강원도 횡성 홀로세생태학교를 찾아 갔다. 마침 야외수업을 나온 갑천초등학교 금성분교 어린이 8명과 함께 곤충채집 하는 법을 배웠다. 이 학교 교장 이강운(52) 박사는 “채집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들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무작정 잡는 기술을 뽐내는 게 아니라 곤충을 직접 보고 그들의 특징과 생태를 알아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의 수업은 바로 채집에 나가기보다 곤충을 이해하는 강의가 먼저다. 표본을 통해 곤충의 형태와 구조에 익숙해진 뒤, 생태를 익히고 마지막으로 채집을 하고 분류를 한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표본으로 먼저 곤충과 대면하고
갑천초등학교 금성분교 아이들이 제 몸만한 포충망을 들고 개망초가 흐드러진 들판으로 달려나가고 있다. 채집을 통해 곤충과 아이들은 친구가 된다.
이 박사는 수업 중 몇 차례나 “표본이 되는 나비들은 수명이 다해 죽은 것들이에요. 살아 있는 것을 표본으로 만들어서는 안 돼요”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끼리 곤충채집을 갈 때도, 미리 표본이나 곤충 도감을 보고 대략적으로 공부를 한 뒤 나서라”고 조언했다.
가까이서 보고 만져보고 친해져라
개쉬땅나무에 앉은 사향제비나비. 곤충마다 즐기는 식물이 각각 다르다.
“동그랗게 말아놓은 소똥은 소똥구리의 집이자 먹이예요. 여기서는 냄새가 나지 않아요.” 아이들은 직접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소똥구리를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다. 이 박사는 “소똥구리는 땅을 파고 들어가 사는데 앞발의 힘이 굉장하다”며 아이들의 손바닥에 곤충을 올려놓았다. 소똥구리가 아이들의 손바닥을 후비며 간질이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생각보다 센 힘에 놀라 소똥구리를 떨어뜨린 김윤석(7)군은 “괜찮니, 소똥구리야. 미안해”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재희(10)양은 “소똥구리를 본 적이 없고 말로만 들었다”며 “가까이서 보고 만져보니 훨씬 친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소똥구리를 피하던 아이들도 점점 이 작은 곤충과 친해져 갔다.
나비의 배 눌렀을 때 꼬리 끝 벌어지면 수컷
아이들이 대왕나비 수컷 표본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채집은 우리와 더불어 사는 곤충들과 인사를 나누는 일”이라며 “더불어 살아가는 곤충들의 생명력과 다양성을 깨닫는 일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곤충을 잡은 뒤 특징을 파악하고 박물관이나 도감을 통해 이들을 알아가는 것이 채집을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홀로세생태학교
이곳은 교육기관일 뿐만 아니라 연구소이기도 하다. 붉은점모시나비, 애기뿔소똥구리(사진)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을 복원하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해 쉽게 볼 수 없는 희귀 곤충들을 이곳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2005년에 환경부가 서식지 외 보존기관으로 선정했다. 5만㎡(약 1만5000평) 위에 3000여 종의 곤충을 전시한 박물관, 40종의 나비가 사는 UFO 나비집 등이 있다.
방학 기간에는 학교·단체 위주로 예약을 받고, 그 이외에는 가족 단위 예약도 가능하다. 2박3일 일정은 일인당 15만원, 당일 일정은 1만원. 033-345-2254. www.holoce.net
TIP 곤충마다 암수 구별하는 법 달라요
사슴벌레·장수풍뎅이처럼 외형상 암수가 뚜렷이 다른 곤충이 아니면 암수를 한눈에 분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종별로 특징을 알면 구분할 수 있다. 매미는 수컷만 울기 때문에 배 부분에 넙적한 울림판이 있다. 잠자리는 배 바로 아래 뭉툭 튀어나온 부분이 도드라진 쪽이 수컷이다. 메뚜기는 배끝에 비죽 나온 산란관이 있는 쪽이 암컷이다. 하늘소의 경우 수컷이 암컷보다 더듬이 길이가 훨씬 긴 것으로 구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