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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社통일문화연구소심층분석]기업 자율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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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이번에 도입한 '지배인책임제'는 중국 개혁 초기단계의 '공장장 책임제'와 매우 유사하다. 중국은 1978년 10월 쓰촨(四川)성에서 기업의 권한을 확대하는 조치를 시범적으로 실시했고, 두달 후 공산당 결정으로 전국에 확대했다. 당시 개혁은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완화해 기업의 경영자주권을 확대하고, 기업의 이윤 유보를 허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78~84년 간에 50%였던 이윤유보 비율은 85년에는 70%까지 늘었다.

북한도 이번에 인센티브제를 강화해 공장·기업소들이 '번 수입에 의한 평가'를 받도록 했다. 경영 실적이 나쁘면 문을 닫으나, 계획을 초과달성한 공장·기업소의 근로자들은 그에 상응한 추가 분배를 받게 되는 것이다. 또 기존에 당위원회가 갖고 있던 기업운영 권한을 대폭 전문 지배인에게 넘기는 '지배인책임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중앙통제하의 자율성'을 강조해 중국과 달리 지배인에게 임금수준·승진·해고처분 등의 결정권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소유권과 경영의 분리,인사·물자구입 등 기업재량권의 대폭 확대 등이 이뤄진 중국의 개혁과는 차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99년 새로 제정된 인민경제법에 대해 북한이 "경제의 자유화 바람을 철저히 막고 계획적 관리원칙을 고수해나가는 확고부동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철 연구위원은 "중국은 개혁 초기에 '공장장책임제'를 도입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재량권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갔다"며 "북한도 불가피하게 기업의 자율경영과 지배인의 권한 확대로 나갈 수밖에 없겠지만 중국처럼 사기업으로의 전환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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