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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뒷얘기에 배우 노래까지 마음에 간직하고픈 우리영화 2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영화 한 두 편을 감상하는 시간이 소요되는 DVD 부록을 꼼꼼히 챙겨 본다면,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끌려서일 것이다.

첫째,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라 텍스트 자체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듣고 싶어서. 엘리아 카잔의 '워터 프론트'(컬럼비아)가 이에 해당될텐데, 아쉽게도 평론가 리차드 시스켈과 감독의 코멘터리, 로드 스타이거의 메소드 연기에 대한 설명 등에 우리말 자막이 없다.

둘째, SF나 대작 전쟁물처럼 특수 효과가 궁금한 영화. '진주만'(브에나비스타)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세한 제작 과정이 들어있어 할리우드의 철저함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셋째, 내 인생의 영화로 꼽고 싶을 만큼 마음에 와닿아 시시콜콜한 뒷 이야기라도 듣고싶은 경우.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울먹이던 '봄날은 간다'(스타맥스·사진)와 '캔 유 스피크 잉글리시(Can you speak English)?"라는 황당한 대사를 날린 '생활의 발견'(시넥서스)을 여기에 해당하는 영화로 꼽고 싶다.

'봄날은 간다'의 DVD 부록은 영화만큼이나 아름다운 영상, 자연의 소리로 디자인돼 있다. 메뉴를 클릭할 때마다 주연 배우 유지태와 이영애의 모습 위로 비·바람·피아노 소리가 내려앉는다.

허진호 감독은 주요 장면 제작 필름과 완성된 영화를 대조해 보며 영화만큼이나 나직한 음성으로 설명을 해준다.

감독의 '~같다''~좋겠다'는 어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최대한 열린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으로 읽힌다.

"위안을 주는 영화였으면"하는 유지태의 인터뷰, 그리고 그가 직접 부르는 노래 '그 해 봄에'까지 듣고나면 'DVD 부록도 감동을 줄 수 있구나'하는 감탄에 이르게 된다. 소장용으로 권하고 싶은 고운 우리 DVD다.

'생활의 발견'은 쓰기 어려운 연두색을 단락 자막 배경으로 활용했던 영화만큼이나, 배우 코멘터리가 의외다. 김상경·예지원·추상미가 각기 자신이 출연한 장면을 보며 현장에서 대본을 받고 연기했다거나, 술을 마시는 장면에선 진짜 술을 먹고 찍었다는 등 소소한 뒷 이야기를 들려준다.

oksunn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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