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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범인 잡으러가도 中선 '나몰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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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경기경찰청은 중국의 마약조직이 한국인을 통해 히로뽕의 원료물질을 내보낸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국내 수사를 통해 그 한국인의 신원을 밝혀내고 중국 내 히로뽕 밀매조직을 추적하려 했으나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킬 수 없었다.

중국 공안의 협조 없이 중국 내 마약조직 등을 수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몇차례 중국을 방문해 마약사범을 잡으려 했지만 중국 당국의 협조가 없어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중국을 통해 일본·대만 등지로 북한산(産)으로 추정되는 마약이 퍼지고 있지만 중국 현지의 확인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마약수사관은 "북한산 마약이 어떤 경로로, 얼마만큼 유통되는지 정확히 파악하려면 중국 관련 정보가 좀더 풍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공조 절실=중국 내 히로뽕 제조 조직을 소탕하는게 필수적이지만 아직 한·중 공조체계가 든든하지 못한 실정이다. 경찰청 외사분실 박성남 경감은 "유사 마약들이 보따리상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중국을 찾아가 공안 관계자에게 단속을 부탁했으나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경찰대 이종화(국제범죄학)교수는 "일단 중국과 큰 틀의 협정을 맺고 지방 공안당국 등과 교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대책협의회 활성화=지난 3월 빈에서 열린 유엔 마약위원회 기간 중 중국의 국가 금독(禁毒)위원회와 우리 정부측 인사들이 만나 마약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측은 "협정을 체결하려면 무엇보다 한국측이 창구를 단일화해 달라.검찰·경찰이 제각각 접촉해선 곤란하다"는 뜻을 우리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 정선태 마약수사부장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국내 제조책 명단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가정보원·관세청·검찰 등의 정보 통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경찰 간부는 "검찰이 너무 독주하려 해 원활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부처 조율을 위해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에 검찰·경찰·국정원·관세청 등 관련 기관들이 참여하는 '마약류대책협의회'가 구성됐다.

정부 관계자는 "마약수사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사이에 마찰음이 종종 일어난다"며 "출범 초기인 마약류대책협의회를 활성화해 통합 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조직 정비=현재 경찰청에는 마약 수사를 전담하는 과(課)조차 없는 실정이다.경찰청 이정근 마약지능과장은 "성격이 전혀 다른 선거·금융 사범 수사와 마약 수사를 동시에 맡다 보니 고도의 전문성과 수사기법을 요하는 마약 분야의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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