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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오케스트라 객석 청바지 젊은이 북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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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토론토 심포니(tso.co.ca)는 2002~2003년 시즌 공연일정을 공개하면서 기자회견을 열거나 정기회원들에게 안내책자를 발송하지 않았다. 지난 3월 1일 오전 9시 홈페이지에 내년 시즌에 관한 모든 정보를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클릭만 하면 정기회원에 가입할 수 있고 보도자료는 물론 고화질의 사진 파일까지 내려받을 수 있다. TSO의 마케팅 디렉터 마이크 포레스터는 "달라진 것은 없다. 회견 장소가 홈페이지로 바뀌고 점심 뷔페가 없어졌을 뿐이다. 프린트물을 원하는 사람은 PDF 파일을 출력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날 TSO 홈페이지 방문객은 평소의 3배로 늘어났고 시즌 공개 1주일 만에 온라인 정기회원 가입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증가했다.

TSO는 또 온라인 마케팅·콘테스트 전문업체인 N5R와 손을 잡고 온라인 퀴즈를 실시했다. 식음료·호텔 숙박권·상품권·R석 티켓, 유명 연주자와의 만남 등 7천달러 상당의 상품을 내걸었다. 그 결과 e-메일 클럽 가입자가 4천명에서 9천명으로 늘어났다. 20 문항의 음악 퀴즈엔 개인적인 음악 취향을 묻는 코너도 포함됐다.

미국 오케스트라들이 미래의 젊은 관객 확보를 위해 e-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e-메일 사용자=젊은 관객'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보스턴(bso.org)·필라델피아(philorch.org)·LA(laphil.org)·댈러스(dallassymphony.com)·피츠버그(pittsburghsymphony.org)·샌프란시스코(sfsymphony.org)·시카고(cso.org) 등이 e-마케팅의 선두 주자들이다.

시카고심포니의 지난해 시즌 온라인 티켓 매출액은 80만달러(약 9억6천만원). 정기회원들이 구입한 티켓도 2000년 1만6천장에서 지난해 20만장으로 늘어났다. 보스턴심포니는 2001~2002년 시즌의 온라인 매출액을 4백만달러(약 48억원)로 추산한다. 연간 매출액의 10%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온라인 회원은 지난 5년간 매년 2배씩 증가했다.

미국 교향악계에선 온라인 구매자들의 대부분이 프로그램·연주자에 따라 낱장 구매를 하며 오케스트라 공연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라는 데 주목한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홈페이지엔 공연장을 갈 때 어떤 복장을 해야 하는지,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지 등 공연관람 예절을 상세히 소개해 거부감부터 없앤다.

작곡가에 대한 정보, 연주 곡목에 대한 음악 파일도 들어볼 수 있도록 한다. 표를 많이 파는 것 못지않게 잠재적 관객에게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마케팅 디렉터 미셸 프리스크는 "클래식 음악은 제목만 봐서 잘 모른다. 미리 들려주면 '이거 내가 아는 곡인데'하고 무릎을 치면서 표를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말한다.

피츠버그 심포니는 MCC사와 손을 잡고 6개월만에 '파워카드'를 개발했다. 명함 크기의 미니 CD에 50메가 바이트 용량의 동영상·음악 파일·공연 일정 등을 담았다. 디트로이트심포니도 시즌 하이라이트·프로그램 해설·음악사 등의 정보를 담은 CD롬을 회원들에게 무료로 발송했다.

댈러스 심포니의 'DSO 익스프레스' 등 e-메일 클럽을 통해 공연 정보를 알려준다. 볼티모어 심포니도 ENewsNotifiers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e-마케팅 덕분에 오케스트라들은 고객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어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 고객 의견을 프로그램·연주자·레퍼토리 선정에도 반영하기도 한다.

온라인 티켓 판매로 청중의 성별·연령별 인구분포도 바뀌고 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 일색이던 객석이 청바지·티셔츠 차림의 젊은 관객들로 서서히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KBS교향악단·서울시향·코리안심포니 등 주요 교향악단의 홈페이지는 IT강국이란 명성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다. 서울시향(seoulphil.com)의 영문 홈페이지엔 올해 공연일정 소개가 전혀 없다.지난 4월 작고한 마르크 에름레르가 지금도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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