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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랑] 아름다운 에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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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문명에서 독립해 독창적인 그리스 문화 형성에 큰 몫을 한 것은 법률학자 솔론이었다. 그는 인간생활의 기조가 되는 혼인제도를 확립하고, 여기에다 야방(野放)상태였던 매춘을 현대사회에서 보는 것처럼 일정한 규격 속에 묶어 사회로부터 격리했다.

즉 신전이라는 이름의 유곽을 만들어 제도화했는데 여기서 생겨난 문화가 소위 유녀(遊女)문화다. 그 결과 유녀와 관련된 조각·미술품이 대량으로 만들어졌고 그 대표적인 작품이 비너스상이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비너스상이 육감적인 풍만한 나신과 더불어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고 있는 것은 당시 사원매춘의 주연들을 모델로 해서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곧 여성 예찬의 미술을 개화시켰으며, 이것이 헬레니즘 문화로 이어졌다.

솔론은 지극히 현명해 매춘부들이 들끓는 창가(娼街)는 아무리 그것이 종교인들의 예배장소라 할지라도 일반 거주지로부터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대중을 설득해 특정 지역을 설정, 그곳에서만 매춘할 것을 법률로 제정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인물이다. 이를 계기로 미모가 뛰어나고 몸매가 아름다운 유녀만을 선발해 신전에 살게 했으며, 그녀들의 특별한 거처를 ‘처녀들의 관(館)’이라 이름 붙이고 사원매춘을 권장했다. 매춘을 통해 수입이 오르자 신전 관리자는 신전에 입주한 창녀들에게서 소득세를 징수했고 그것이 유녀들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켰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도 알고 보면 사원매춘을 위한 건축물이었다. 이 창가에서 거둬들인 막대한 세금을 새로운 문화 창조에 투입했으며, 이는 현란한 그리스 문화를 이룩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이리하여 그리스 문화가 번창했고 그 속에 태어난 미술품들은 한층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게다가 유녀들은 스스로 화폐를 만들어 성교 체위의 이모저모를 조각, 자주 찾는 VIP 고객들에게 배포했다. 이와 비슷한 음화들을 그린 램프용 접시를 증정용으로 널리 돌렸던 것이 오늘날 유물로서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이런 음화의 영향으로 그리스 남자들의 기호도 크게 변해갔다. 비너스상을 감상하면서 느꼈겠지만, 여성미는 아름다운 얼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벌거벗은 여자의 유방과 히프의 곡선 등이 좀 더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하의를 벗고 볼륨 넘치는 히프를 보여주는 것이 당시 유행하는 인사법이었다고 하니 섹스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의 에로틱한 문화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회 풍조 탓인지, 그리스의 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마저도 개처럼 엎드려 아름다운 히프의 주인공인 유녀 뷰리스를 등에 태우고 피부와 피부가 맞닿을 때 전달되는 젊은 체온과 부드러운 촉감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당시 섹스에서 오럴 섹스는 필수적 과제의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유녀의 집에는 반드시 꿀 항아리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들이 질 속에 향료를 듬뿍 넣은 꿀을 가득 바르고 남자로 하여금 빨도록 하기 위한 묘술로 이용되었다. 이 ‘처녀들의 관’에서 행해지는 매춘은 값이 비쌌으므로 이곳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대개 높은 신분의 돈 많은 부자들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아마도 역사적으로 고대 그리스만큼 여성이 즐겁고 아름다웠던 시대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에로스 카로스(아름다운 에로스)’라는 예찬이 생겨났을 것이다. 최근 데로스섬에서 출토되는 에로스 카로스의 유품들을 보노라면 당시 신전이라는 이름의 종교사원이 얼마나 호색적인 분위기였는지 능히 짐작할 수가 있다.

곽대희 피부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8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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