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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 애니페스티벌서 '한국 특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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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월드컵 4강 진출로 세계속 대한민국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진 가운데 그 기세가 이번에는 만화·애니메이션으로 옮겨질 조짐이다.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 중 하나인 캐나다 오타와 페스티벌 사무국은 올해 대회(10월 2~6일)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열기로 최근 확정했다. 또 얼마전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에 대상을 수여한 프랑스 안시 페스티벌 사무국 역시 내년 행사에 '한국 특별전'을 시행하는 것을 구체화하고 있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다. 세계 출판만화계 최대 행사로 꼽히는 프랑스 앙굴렘 만화페스티벌 사무국은 내년 30회 대회(1월 23~26일)를 맞아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정, 한국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오타와 애니페스티벌=1976년부터 짝수년 격년제로 열리고 있는 오타와 페스티벌은 미주 대륙에서 열리는 유일한 순수 애니메이션 영화제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보기 힘든 캐나다·미국·남미지역의 실험적이고 예술성 높은 작품들이 많이 상영되기로 유명하다.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이번 특별상영전을 성사시킨 아니마포럼의 박규환 실장은 "북미 동부지역은 한국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관객들이 한국 사회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 위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한국의 현실과 풍경들'이라는 소제목으로 24편의 작품이 두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되고 '세계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라는 소제목으로 9편이 상영된다. 총 2백44분 분량이다. '오픈'(감독 정동희), '와불'(이용배), '서브웨이'(나기용), '위 러브 유'(전승일) 등 유명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대표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앙굴렘 만화페스티벌=74년 시작된 앙굴렘 페스티벌은 가장 권위있으면서도 대중적인 만화 페스티벌이다. 지난 1월 열린 29회 대회 때는 39개국에서 작품이 출품됐으며 6백30여명의 취재진, 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문화관광부는 우리 만화가 아직 세계 시장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만큼 일본 만화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우리만의 특성을 보여줄 만한 작품 위주로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세계 만화정보의 70% 이상이 유통되는 이 페스티벌의 특성을 살려 국산 만화의 세계진출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페스티벌 준비를 위해 유관단체로 구성된 '한국만화산업발전협의회'가 중심이 돼 참가작 선정, 규모 등 세부사항을 논의하게 된다. 이를 위해 올해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성완경(인하대 교수)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이 전문 큐레이터로 선임됐다.

◇전망=세계인들에게 한국 예술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어렵게 확보한 만큼 보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에 대한 논의다.'망가'나 '아니메'로 잘 알려진 일본 작품과의 차별성도 빼놓을 수 없다. 대중문화산업의 직접적인 발전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파리1대학 만화미학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앙굴렘 페스티벌에 수차례 참여한 한상정씨는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을 선정할 것인지,그런 작품들을 어떤 개념으로 전시할 것인지, 작품번역 및 카탈로그 제작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는 이미 시작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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