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인돌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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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의 고인돌이 사라져가고 있다. 최근 문화재청 모니터인 김영창(54)씨 등이 서울 지역에서 고인돌이 있다고 알려진 서초구 원지동 등지를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고인돌이 개발과정에서 사라져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고인돌 보유 국가. 세계 고인돌 전체(약 5만5천기)의 절반 이상(약 3만기)이 한반도에 있다. 전북 고창 등 고인돌이 집중돼 있는 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서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형구(59·선문대·역사학)교수가 1986년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대를 조사해본 결과 이 일대에서만 10여기의 고인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교수가 조사한 원지동 일대는 서초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청계산 등산로 입구(원터골)에 걸친 지역으로 대부분의 고인돌은 경부고속도로 인근에서 발견됐다.

김씨와 문화유산답사회원 등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서울시내 9곳을 답사했다. 이교수의 조사결과와 서울시사편찬위원회에서 간행한 서울시 문화유적관련 보고서 등에서 고인돌이 발견됐다고 보고된 지역들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확인 결과 이교수가 보고한 원지동 일대의 고인돌은 대부분 사라졌다고 한다. 이교수가 7기의 고인돌을 확인했다던 원지동 336번지 일대는 고속도로와 나란히 가는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고인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교수가 5기를 발견했다던 청계산 등산로 입구쪽(미륵당 인근)도 도로와 화원으로 바뀌었다. 한편 원지동 350번지 숲 속의 큰 돌무더기나 575번지 밭에 붙어있는 큰 돌은 고인돌일 가능성이 크지만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김영창씨는 "고인돌은 세계에 자랑할만한 거석(巨石)문화인만큼 서울시나 관계기관의 보존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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