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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경기 1골만 허용… 최고의 거미손 전차군단의'수호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게르만 전차군단의 부활을 이끄는 GK 올리버 칸(33·바이에른 뮌헨).

이날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수차례 결정적인 실점위기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칸은 이 경기 MVP로 선정됐다.

전반 17분에는 미국 랜던 도너번이 수비수 한명을 제치고 날린 번개 같은 왼발 슛을 몸을 던지며 쳐냈고, 31분에도 도너번과 1대1 상황을 맞았으나 빠른 몸놀림으로 골문을 지켜냈다.

곧이어 38분에는 에디 루이스의 중거리슛을 막아내는 등 철벽 수문장의 위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미국은 선취골을 내준 뒤 후반전 들어 독일의 골문을 열기 위해 파상공격을 펼쳤지만 번번이 그의 거미손에 걸려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전차군단의 주장을 맡고 있는 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세 경기와 파라과이와의 16강전, 미국과의 8강전 등 모두 다섯 경기에서 단 한골만을 내줬다. 경기당 평균 실점 0.2골.

라이벌로 지목되던 잉글랜드의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38)이 이날 브라질의 호나우디뉴에게 어이없는 골을 허용, 체면을 구긴데 비해 그는 안정된 수비로 독일의 골문을 지켜내 최우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 수상도 기대되고 있다.

1975년 독일 칼스루헤 유소년 팀에서 축구를 시작한 칸은 1년 후 골키퍼로 전업한 뒤 90년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94년 명문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으로 옮긴 그는 이때부터 개인지도를 받으며 세계 최고의 수문장이 되기 위한 담금질을 시작했다.

그러나 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대표선수로 발탁됐지만 주전으로 뛰지 못했고,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주전 골키퍼 안드레아스 쾨프케에게 밀려 벤치 신세를 져야 했다.

쾨프케의 은퇴 이후 동물적인 감각을 과시하며 빛을 보기 시작한 그는 지난해 비로소 '올해의 독일 선수상'을 수상하고 유럽 최고의 골키퍼에도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1m85㎝·90㎏의 건장한 체격에 판단력과 순발력이 뛰어나다. 특히 문전을 지나가는 크로스 패스를 저지하는 능력이 발군이라는 평가다.

울산=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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