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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응원문화 격조 더 높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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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스페인과의 8강전, 대망의 날이 밝았다. 히딩크 감독과 태극전사들 모두 지금까지처럼 강인한 정신력과 절정의 기량으로 국민의 염원을 달성해주길 기대한다. 세계는 한국 축구가 오늘 또 새로운 역사를 창출할 것인지 흥분과 기대를 갖고 광주(光州)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광주 경기장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승부를 벌일 때 전 국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응원이 또 시작된다. 그것은 4천7백만이 하나가 돼 질서정연하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로 한국 축구를 응원하는 '거리의 승부'다. 온 국민이 하나가 돼 집단응원을 펼치고 환호하는 모습은 유럽의 축구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하고도 활력 넘치는 문화다.

또 유럽의 훌리건 난동 등과 같은 폭력사태도 없고 응원이 끝난 후에도 질서정연하게 서로를 격려하며 거리를 청소하는 모습, 서포터스를 조직해 상대 국가를 응원하는 아량 등은 세계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길거리 응원 자체가 게임 외에 또 하나의 볼거리로 등장했고, 이를 즐기고 참여하러 수많은 외지인이 광장으로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파가 점점 늘어나면서 사고도 조금씩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승리의 뒤풀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흥분한 일부 시민들이 버스나 지나가는 승용차 위에 올라가는 것이라든지, 오토바이를 타고 폭주족과 같은 속도로 질주하는 행위 등은 훌리건과 다를 바 없는 행동으로 모처럼 전 국민이 참여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축제 분위기를 훼손하는 일이다.

오늘 길거리 응원에는 사상 최대 인파인 4백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촌 행사를 주최하는 국민답게 마음껏 응원하면서 시민생활에 불안이 조성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자. 지금까지 세계가 주목하고 부러워하는 축제를 가능하게 했던 성숙한 시민의식을 다시 한번 과시해 자랑스러운 한국을 세계에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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