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국방부·서울시 ‘삼각공조’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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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가 20대 암수 코끼리 한 쌍을 캄보디아로부터 무상으로 기증받은 것은 외교통상부와 국방부·서울시설관리공단의 10개월에 걸친 삼각 공조가 일궈낸 개가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코끼리 외교’는 지난해 5월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동물원 리모델링에 착수한 서울시시설관리공단 우시언(지난달 25일 퇴임) 이사장이 원내의 유일한 코끼리인 태산이(36)의 딱한 사연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한 살 때인 1975년 대공원에 들어온 태산이는 한 살 아래 암컷 태순이와 짝을 이뤄 21년간 새끼 4마리를 낳아 국내 최다 번식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96년 태순이가 결장염으로 폐사한 뒤 14년간 홀아비로 지내며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우 전 이사장은 태산이의 짝을 찾아주려 했으나 국제협약의 벽에 부닥쳤다. 멸종 위기 동식물국제협약상 주요 보호종인 코끼리는 국가 간 거래가 엄금돼 있다. 코끼리 3만 마리를 보유한 인도와 1200마리를 보유한 라오스 등에서 코끼리를 얻을 방법을 알아봤지만 “워낙 엄격히 보호되는 종이라 외부 유출이 어렵다”는 얘기만 들었다. 결국 그는 지난해 10월 외교통상부 이용준 차관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차관보는 코끼리 보유국 중 우리와 관계가 원만한 캄보디아에 협조를 부탁했다. 마침내 올 1월 캄보디아 정부가 “고산지에 사는 코끼리를 국제교류협력 형태로 서울시에 기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우리 측은 당초 임신 가능한 젊은 암컷 한 마리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 차관보가 현지를 찾아 직접 협조를 당부하고 이경수 대사, 진선혜 서기관 등 우리 대사관이 꾸준히 접촉한 결과 캄보디아 정부는 두 마리를 무상 기증하는 파격을 보여줬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캄보디아는 야생 코끼리가 약 600마리에 불과하고 법적으로도 외부 유출이 까다롭다”며 "그런데도 두 마리나 기증한 건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훈센 총리의 결단이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가 2.4m에 몸무게가 약 3t인 코끼리 두 마리를 수송하는 방안도 골치였다. 육로로 옮기자니 베트남 등 인접국의 검역 절차가 부담스러웠다. 배편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민간 화물기는 비정기 항로라 관련 부처의 운항 허가를 받아야 하고, 비용도 20만 달러나 됐다. 이런 딱한 사정을 들은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우리 어린이들이 동물원에서 가장 보고 싶어하는 동물의 하나인 코끼리 확보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공군의 C-130 수송기를 쓰도록 해주면서 일이 풀렸다.

6일 현지에 도착한 수송기엔 어린이대공원 수의사들이 동승했으며, 8일 귀국길엔 캄보디아인 코끼리 전문가 3명도 합류한다. 이들은 당분간 한국에 머물며 코끼리들의 적응을 도울 계획이다. 코끼리들은 서울어린이대공원의 태산이와 합사돼 ‘2부1처’ 형식으로 번식에 나서게 된다. 우 전 이사장은 “국제매매가 엄금된 코끼리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이 막대한 만큼 무상기증 성사는 우리 외교의 큰 성과”라며 외교부와 국방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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