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는'세네갈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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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은 잔디 위로 낮게 깔리며 골키퍼의 손끝을 피해 왼쪽 골대를 살짝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극적인 역전 골든골.

스웨덴 선수들은 마치 고목이 쓰러지듯 그라운드에 누워 일어날 줄 몰랐고, 기뻐 날뛰는 세네갈 선수들을 향해 관중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박수갈채를 보냈다.

'골대의 신(神)'이 있다면 그는 철저히 세네갈 편이었다.

개막전에서 전 대회 챔피언 프랑스를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킬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프랑스의 스트라이커 다비드 트레제게와 티에리 앙리의 슛이 두차례나 골대를 맞혔다. 프랑스의 기는 꺾였고, 세네갈의 기는 살았다.

스웨덴과의 16강전에서도 골대는 어김없이 세네갈 편이었다. 골든골제로 진행된 이번 대회 첫 연장전. 5분 만에 스웨덴의 안데르스 스벤손이 회심의 기습 터닝슛을 날렸다. 세네갈 골키퍼가 꼼짝도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는 슛이었으나 공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튀었다. 조금만 안쪽이었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것이었다. 9분 후 세네갈 앙리 카마라가 날린 왼발 슛은 왼쪽 골포스트를 맞았으나 골문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8강 진출과 탈락은 불과 10㎝ 차이로 결정났다.

월드컵 본선에 처음 진출한 세네갈은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역습으로 스웨덴마저 격파, 프랑스를 꺾고 결승 토너먼트에 오른 것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세네갈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카메룬에 이어 두번째로 8강에 오른 아프리카 팀이 됐다.

양팀은 이날 각각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를 침몰시키고 결승 토너먼트에 오른 팀답게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기선을 잡은 쪽은 스웨덴이었다. 전반 11분 헨리크 라르손이 왼쪽 코너킥을 수비수 사이로 솟구쳐 오르며 헤딩슛으로 연결, 선취골을 뽑았다.

세네갈은 전반 37분 디우프의 헤딩패스를 앙리 카마라가 아크 부근에서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수비수 두명 사이로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려 동점골을 뽑았다.

오이타=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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