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선 결선 재투표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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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크라이나에서 26일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가 다시 치러졌다. 지난달 21일 실시된 결선 투표 결과가 대규모 부정으로 무효화됐기 때문이다. 친(親)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후보와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가 다시 나섰다. 전문가들은 유셴코 후보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지난번 결선투표에서는 야누코비치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발표됐었다. 잠정 개표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27일 오후께 나올 예정이다.

◆ 긴장 속 투표 진행=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전국 3만3000여개 투표소가 일제히 문을 열었다. 전체 유권자 수는 약 3700만명이다. 투표는 오후 8시까지 진행됐다.

전국의 투표장 주변에는 경찰과 보안요원 17만여명이 배치돼 비상사태에 대비했다. 양 후보를 지지하는 과격세력들이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무장봉기나 테러를 자행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상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후가 되면서 수도 키예프 시내의 최고중심가 독립광장 주변으로 유셴코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광장에는 개표 과정을 실황 중계할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독립광장으로 이어지는 중심가 흐레샤틱 거리에는 각지에서 몰려든 유셴코 지지자 2000여명이 100여개의 대형 텐트를 치고 한달 넘게 농성 중이다.

◆ 두 후보도 한 표 행사=유셴코와 야누코비치 후보도 이날 오전 자신의 주소지에서 각각 투표를 했다. 유셴코 후보는 오전 11시20분쯤 '오렌지 혁명'의 중심지인 독립광장 바로 옆 제1투표소에서 한표를 행사했다. 유셴코는 투표 뒤 기자회견에서 '개표 결과 야누코비치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면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야누코비치 후보도 부인 류드밀라와 나란히 키예프 시내 페체르스키 지역 투표소에 나타나 투표했다.

한편 이번 투표에는 전례 없이 많은 국제참관인단이 파견됐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관위는 "31개 외국과 43개 국제기구 등에서 모두 1만2000명의 참관인단이 파견돼 투표를 감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결선투표 때는 5000여명의 국제참관인단이 파견됐었다.

키예프=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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