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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친환경 급식 정책이 걱정스러운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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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무상급식은 최근 끝난 지방선거에서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풀이하자면 친환경 농업을 통해 생산한 식재료로 만든 급식을 초·중·고생에게 무상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과 무상이란 두 용어는 상충될 수 있다. 친환경 식재료는 일반 식재료에 비해 1.5~2.5배나 비싸 친환경 식재료가 무상급식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친환경 농업은 농약·화학비료·동물용 항생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농·수·축산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이 농법으로 생산한 식재료엔 유기농업·무농약·저농약·무항생제 등의 타이틀이 붙는다. 이 중 농약을 적게 사용하는 저농약 농산물에 대해선 올해 이미 인증이 중단됐다. 2015년 이후엔 친환경 표기가 불허된다.

친환경 농업을 통해 얻은 식재료로 자녀의 급식을 제공하는 데 반대할 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신구대 식품영양과 서현창 교수팀이 지난해 충북 지역 초등학교 학부모 305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면 굳이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률은 7.2%에 불과했다. 반면 “급식 재료를 친환경 식재료로 대체한다면 현재의 월급식비(4만원 기준)보다 2만원을 더 지급할 용의가 있다”는 부모는 51.4%에 달했다(한국식품영양학회지 2010년).

이처럼 우리 국민은 친환경 식재료를 높이 산다. 그러나 친환경 마크가 붙은 식재료라도 잘 신뢰하지 못한다. 친환경 식재료에서 농약이 검출되거나 유통 도중 일반 농산물이 친환경 농산물로 둔갑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친환경 식재료를 학교급식에 적극 사용하려면 먼저 대중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소비자의 불신을 씻어주기 위해 친환경 식품인증제를 강화할 것. 우리나라의 친환경 식재료 인증기관은 정부(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와 민간(62곳)으로 양분돼 있다. 미국·일본의 민간 친환경 인증기관이 각각 30여 곳인데 비하면 국내 민간 인증기관의 난립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친환경 인증 심사 비용이 접수비 5만원을 포함해 건당 24만2000원”이라는 한 민간 인증기관 관계자의 말은 충격이었다. 이처럼 낮은 비용으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질지 회의감이 들어서다.

둘째로 믿을 만한 친환경 식재료 유통업체를 육성·관리해야 한다. 친환경 농가들이 직접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하기는 힘들다. 유통업체의 재포장 과정에서 일반 식재료와 친환경 식재료가 얼마든지 섞일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친환경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 현재 운영 중인 재포장 과정 취급자 인증제를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와 GAP(우수 농산물 생산기준) 제도를 통합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자칫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 GAP는 농약을 사용하되 안전 사용 기준을 지키고, 미생물 관리를 철저히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친환경과 GAP는 농업과 농약을 바라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자체나 교육청이 친환경 급식을 추진하려면 엄청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2008년 전국 1만1000여 곳의 초·중·고교 급식에 사용된 예산은 4조3000억원대다. 이 중 식품비는 2조5000여억원(58%)이었다. 농가와의 직거래 등으로 친환경 식재료 가격을 대폭 낮춘다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1조원 이상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현재 친환경 농산물의 연간 생산량은 230만t으로 전체 농산물의 약 12%를 차지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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