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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학습여행 고르기

중앙일보

입력


여름방학을 맞아 해외 학습여행이 인기다.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수박겉핥기 식으로 세계유적에 눈도장만 찍는 것이 아니다. 현지 외국인과 직접 의사소통하며 목적지를 찾고, 화려한 세계문화유산 앞에서 우리나라의 문화재와 비교·분석하는 체험 여행이다. 처음으로 크고 넓은 세상을 보는 아이들은 각종 배경지식을 쌓고 자신감도 커진다. 비용 부담이 큰 데도 해외 학습여행을 선택하는 이유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체험학습’

유찬우(수원제일중 3)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학습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지난 여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탐방했던 경험이 유군에게 큰 변화를 가져와서다. “나완 전혀 관계없는 세상인 줄 알았던 하버드 대학에서 재학생 형·누나와 학교 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눴어요. ‘나도 노력하면 이곳에 올 수 있겠구나’는 자신감이 생겼죠.” 유군은 프린스턴대·콜롬비아대·예일대를 방문해 도서관을 구경하고 로스쿨을 방문했다. 이런 경험을 잊지 못해 올해엔 교과서 속 세계사에 자주 등장하는 서유럽 4개국 탐방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학습여행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관광차원을 넘어 명확히 목표를 정한 주제식 탐방이 대세다. 학생들의 권장도서 속에서 배경이 되는 국가만 골라 다니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교과서 속에 등장하는 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 지역만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신명나는문화학교 서승호 대표는 “가이드의 설명만 듣고 지나치는 ‘관광’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체험학습’이 학습여행의 핵심”이라며 “우리 문화와 세계 문화를 함께 알아보고, 역사와 외국어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대영박물관의 작은 한국관에선 아직 세계 속에서 위상이 낮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엔 숙소에서 이에 대한 소감을 글로 작성해 발표한다. 자칫 주눅들기 쉬운 거대한 해외 건축물 앞에선 우리나라가 동시대에 지었던 건축물을 얘기하며 자신감을 북돋운다. 이렇게하면 다양한 학습지식과 함께 글로벌리더로서의 자세도 함께 익히게 된다.

일부 해외 학습여행은 인기가 높아 마감이 빨리 되기도 한다. 올해 봄방학에 서유럽 4개국을 돌며 학습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기산(경기 금릉초 6)군은 이번 여름 가고 싶었던 미국역사 탐방여행에 신청자가 넘쳐 접수하지 못했다. 차선책으로 유럽 8개국을 돌며 세계사를 다시 한번 복습할 계획이다. 어머니 김금이(37·경기도 파주시)씨는 “몇 번 해외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보내봤지만 해외 학습여행에 비해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머릿속에서 세계사에 대한 큰 틀이 잡혀 자신감 있게 돌아온 모습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6학년때 처음 떠나기에 좋아

경제적 비용이 부담된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되는 해외 학습여행에도 눈길을 돌려봄직하다. 청소년 비영리법인단체 한국청소년탐험연맹은 학생들이 내는 참가비를 인솔자의 경비를 제외하고 모두 학생들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한다. 참가비도 다른 해외 학습여행 프로그램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청소년탐험연맹 박승민 대장은 “호텔의 등급이 조금 낮고 경유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업체의 일반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없다”며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되므로 튼튼한 체력은 기본조건”이라고 말했다.

해외 학습여행을 처음 떠나기 가장 알맞은 시기는 초등 5·6학년 때다. 세계사에 대한 흥미가 크고 체력도 강해 장시간의 여행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초등 3학년 이하의 어린이는 체력이 부족해 일주일 이상의 세계여행에 쉽게 피로를 느낀다. 집중력도 떨어진다. 중학생 이상으로 올라가면 학습량의 부담 때문에 장기간의 세계여행보다는 학습목표나 진로에 목표를 맞춘 단기간 해외 학습여행이 유용하다. 서대표는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프로그램보다 한 가지 테마를 잡아 깊이 있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라”며 “다음 학년에 배울 교과서를 참고해 여행의 방향을 잡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수많은 업체들이 방학 때면 한 철 장사를 위해 우후죽순처럼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제대로 된 정보없이 아무 프로그램이나 선택했다간 경제적 손해와 함께 여러모로 낭패를 보기쉽다. 캠프나라 김병진 사무국장은 “한번에 높은 금액이 오고 가는 해외 학습여행은 환불문제가 가장 큰 불만사항”이라며 “특히 대행사를 선정해 학생을 모집하는 업체의 경우 이런 문제가 더 크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 떠넘기기식의 일 처리 때문에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실제 여행을 가보면 처음 업체가 내건 프로그램과 다르게 진행됐다는 불만도 많이 제기된다”며 “다년간 꾸준히 같은 프로그램을 신뢰성 있게 진행했는지 알아보고, 이전에 다녀온 학생들의 후기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해외학습여행 이것만은 꼭 확인하세요

·6개월 전부터 미리 준비하라
·프로그램을 직접 구성했는지 확인하라
·업체의 보험가입 유무를 체크하라
·업체의 공개설명회에 참여하라
·이전 학생들의 경험담을 참고하라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도움말="캠프나라" 김병진 사무국장 일러스트="정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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