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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은 이달 15일 이전에 받아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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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26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15일 이전에 은행을 찾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과거 금리가 높았을 때 받은 대출을 비교적 이자가 싼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주택담보대출에서 기준 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이달 15일을 기점으로 상승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오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코픽스에는 ‘신규 취급액 기준’과 ‘잔액 기준’의 두 가지가 있는데 이 중 신규 취급액 기준이 잔액 기준보다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등 앞둔 은행 대출 금리

코픽스 연동 대출은 올 2월에 출시된 비교적 새로운 상품이다. 코픽스는 은행이 매달 1일부터 말일까지 고객의 예금을 받거나 자금시장에서 돈을 끌어올 때 평균 금리를 계산한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매달 15일 홈페이지(www.kfb.or.kr)에서 전달의 코픽스가 얼마였는지 공시한다. 그러면 각 은행은 16일부터 대출상품에 새로운 코픽스를 적용한다. 지난달 15일에 발표된 5월 코픽스는 잔액 기준이 연 3.95%, 신규 취급액 기준이 2.89%였다. 전달에 비해 잔액 기준은 0.08%포인트 내렸지만 신규 취급액 기준은 0.03%포인트 올랐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조금이라도 오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6월 코픽스는 이달 15일 나온다.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달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지난달 자금시장에서 주요 금리가 5월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게 주원인이다. 자금시장의 대표적 지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다. 5월 말 연 3.58%였던 국채 금리는 지난달 28일 3.95%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중 금리 상승 폭은 0.37%포인트나 됐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이 시장에서 은행채를 발행할 때 이전보다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한다. 이는 코픽스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코픽스에는 ‘영리한’ 고객이 활용하기 좋은 ‘틈새’가 있다. 코픽스는 월간 단위로 계산해 매달 15일 발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장 금리의 움직임이 코픽스에 반영되려면 적어도 15일의 시차가 생긴다. 전달에 시장 금리가 급등했다면 아직 코픽스에 반영되지 않은 15일 이전, 시장 금리가 급락했다면 코픽스에 반영되는 16일 이후 대출받는 게 유리하다. 같은 변동 금리 대출상품이라도 시장 금리의 움직임이 즉시 대출 금리에 반영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과는 큰 차이가 있다.

대부분 은행에선 코픽스 연동 대출의 금리를 6개월마다 한 번씩 바꾼다. 7월 초에 비교적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는다면 내년 1월 초까지 같은 금리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내년 1월에 새로 적용하는 금리는 올해 12월 15일 나오는 코픽스가 기준이 된다. 이때가 되면 현재보다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만일 빚을 얻어 집을 살 계획이라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내년 이후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는데 집값은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어서다.

김중수 총재 “인플레 위험” 경고
고객들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마음에 드는 대출 금리를 고를 수 있다. 우선 크게는 변동 금리와 고정 금리 대출로 구분된다. 변동 금리 대출에는 다양한 상품이 있지만 CD 연동과 코픽스 연동의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또 코픽스 연동은 신규 취급액 기준과 잔액 기준으로 나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 고객은 변동 금리 대출을 선호한다. 당장은 변동 금리가 고정 금리에 비해 1~2%포인트가량 이자가 싸기 때문이다. 1억원을 빌린다면 연간 100만~200만원의 차이다.

변동 금리 대출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입을 유심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한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이자 부담이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어서다. 관건은 ‘출구전략’의 시행 시기와 폭이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출구전략’이란 말은 대개 한은의 기준 금리 인상을 뜻한다. 한은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4개월째 기준 금리를 연 2%로 유지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시중에 풀린 돈줄을 조여→시장 금리도 따라 오르고→결과적으로 대출 금리도 인상된다.

실제로 지난달 시장 금리가 급등한 데는 윤 장관과 김 총재의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윤 장관은 지난달 24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브리핑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5.8% 정도는 특별한 돌출변수가 없는 한 가능하다고 본다. 아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해 거시정책 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세를 바탕으로 조만간 출구전략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김 총재도 지난달 21일 ‘국내외 경제상황과 통화정책 과제’를 주제로 한 강연회에서 “현재의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나 자산가격 급등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28일 워싱턴 IMF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빠른 성장은 부양 조치를 거둬들여 점진적으로 평상 수준으로 복귀해야 할 때가 됐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시장 금리는 이미 저점(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제 금리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오르느냐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윤 장관과 김 총재의 발언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9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장 전문가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상은 한은이 7월 기준 금리를 연 2%로 동결하되 8월이나 9월께 올리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하는 코멘트를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을 뒤집고 7월에 금리를 올릴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채권시장은 연내 두 차례, 0.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다”며 “7월 조기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금리 인상 결정은 금통위의 몫이지만 ‘전반기 상황을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윤 장관의 발언을 감안할 때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는 7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CD 금리는 아직 큰 변동 없어
이미 CD 연동 대출을 받은 사람은 원한다면 8~9월까지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고 코픽스 연동 대출로 바꿀 수 있다. 은행들은 2월 말~3월 초 코픽스 대출상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대출 고객에겐 6개월 동안 무료 전환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자신이 내는 대출 이자가 코픽스 대출로 바꿨을 때 이자보다 적다면 굳이 코픽스 대출로 전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코피스 대출로 바꿨을 때 이자가 상당히 줄어드는 경우라면 전환을 적극 고려할 만하다. 이왕 바꿀 마음이 있다면 15일 이전에 코픽스 대출로 전환을 마무리 짓는 것이 낫다.

CD 연동 대출의 금리는 연초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3월 말 퇴임한 이성태 한은 총재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던 것과 달리 4월 초 취임한 김중수 총재는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1월 4일 연 2.88%까지 올랐던 CD 금리는 김 총재가 처음 금통위를 주재한 4월 9일에는 2.46%로 떨어졌다. 석 달 동안 금리가 0.42%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4월 중순 이후 CD 금리의 움직임은 매우 조용한 편이다. 4월 12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두 달 넘게 연 2.45%에서 변함이 없었다. 이후 아주 조금(0.01%포인트) 오른 뒤 이달 2일까지 연 2.46%에 머물고 있다.

변수는 한은의 기준 금리 인상이다. CD는 3개월짜리 단기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한은의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9일 금통위가 조용히 끝난다면 CD 금리의 움직임도 다음 금통위 회의(8월 12일)까지는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 만일 이번 금통위에서 전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결정한다면 CD 금리도 연초 수준(연 2.88%)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1억원을 빌린 사람의 연간 이자 부담은 42만원 정도 늘어난다.

대부분 은행은 CD 연동 대출의 경우 3개월마다 한 번씩 금리를 조정한다. 따라서 이달 초 CD 연동 대출을 받는다면 10월 초까지는 같은 금리가 적용된다. “3분기(7~9월) 중 한은이 한 번 정도 기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는다면 10월에 새로 계산하는 대출 금리는 현재보다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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