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최종길 교수 공권력에 의해 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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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73년 간첩혐의로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받던 중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 법대 최종길(崔鍾吉·당시 42세·사진)교수는 불법적인 공권력에 맞서다 희생됐으며 이에 따라 그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韓相範)는 27일 "위원 9명 전원이 崔교수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숨졌으며 그의 사망이 민주화 운동에 영향을 끼친 만큼 그를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고 밝히고 최종결정문을 공개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중앙정보부가 73년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반유신 시위에 맞서 위기의식을 조장하기 위해 해외간첩단 사건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崔교수는 독일 유학시절의 동베를린 여행경험이 문제가 돼 조사받다 숨졌으며 중앙정보부는 崔교수 사망 직후 수사보고서·현장검증기록 등을 위조,"崔교수가 간첩임을 시인했으며 자책감으로 7층 화장실에서 투신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규명위는 이날 "崔교수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공안사건 조작기도에 맞서 고문에도 불구하고 항거했으며 그의 사망이 이후 사회적 저항의 계기가 된 만큼 그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규명위는 28일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 崔교수와 유가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규명위는 崔교수의 사인과 관련,"해외 법의학자 등의 소견으로 볼 때 崔교수는 타살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崔교수의 직접 사인이 고문사인지 추락사인지는 당시 중정 담당 수사관 金모(미국 거주)씨가 조사를 거부해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규명위는 사건을 조작·은폐한 중정 관계자들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만료돼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 반인도적 국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특례법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대통령에게 제출할 방침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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