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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LA 재개발에 맞서는 한인 햄버거가게 사장

중앙일보

입력

대형 개발사에 맞선 한인 햄버거 업소 업주의 당찬 도전이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할리우드를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LA타임스는 29일 할리우드 지역 바인 스트리트 인근에 있는 '몰리스 햄버거 스탠드'를 철거하려는 LA시 재개발국(CRA)과 퍼시피카 벤추어 개발사에 반발해 운영권을 유지하려는 한인 업주 이기영씨의 스토리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철거의 이유가 된 것은 대대적인 할리우드 재개발 때문. 미관을 고려하고 용적률을 높여 일자리 창출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전체적인 배경이다.

LA시 재개발국(CRA)는 몰리스 햄버거 가게가 포함된 바인 스트리트 일대의 토지를 총 546만3000만 달러에 주고 매입해 개발사인 퍼시피카 벤추어에 82만5000달러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역 토지는 원래 LA시 소유로 장기간 저렴한 가격에 업주들에 리스를 했었으나 이번에 재개발을 목적으로 다시 매입하게 된 것. 몰리스는 비록 1000스퀘어피트 규모 안팎에 불과하지만 건물 신축을 위해선 꼭 필요한 장소다.

재개발국 관계자에 따르면 샌타모니카 소재 퍼시피카 벤추어 개발사는 5700만 달러를 들여 8층 유리로 뒤덮힌 오피스 빌딩을 건립해 할리우드와 선셋 불러바드 사이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건물을 건립할 계획이다.

개발업자는 몰리스 햄버거 스탠드 자리가 이지역에 남은 마지막 미개발 공간이라고 지적하고 할리우드로 몰려들 일자리를 없애면서 값싼 가격의 제품들을 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12년간 할리우드 지역에서 이 햄버거 가게를 운영해온 업주 이기옥씨와 고객들은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기옥 대표는 "원래는 개발사가 인근에 새로 신축한 건물에 가게를 옮겨 주겠다고 했다가 어겼다"며 "난 12년째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해 왔고 내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도 "향수어린 몰리스 버거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은 슬픔"이라며 "할리우드에 마지막 남은 명물 가게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측 변호를 맡은 로버트 실버스타인 변호사는 "이런 경우가 바로 공적 자금이 엉뚱한 곳에 이용되는 사례"라며 소송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미주중앙일보 최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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