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제압' 警특공대가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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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넷, 셋, 둘, 하나…들어간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찰특공대 훈련장. 월드컵을 10여일 앞두고 실전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무전기를 통해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옷차림의 경찰 특공대원 4명이 쏜살같이 표적(테러범)이 있는 사무실의 문을 박차고 안으로 돌진했다. 각자 위치를 잡고 표적을 향해 총구를 겨눌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초.

테러범을 '제압'한 뒤 방탄 헬멧을 벗어든 특공대원들은 놀랍게도 모두 여성. 경찰이 자랑하는 정예 특공대원들이었다. 김혜선(29)경사와 서미숙(23)·이현진(27)·김영주(22)순경 등.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특공대원은 모두 3백여명이 있다. 이중 여성은 金경사 등을 포함해 10명이다.

金경사는 "지난 11월부터 월드컵에 대비해 집중 훈련을 했다"며 "지난 10일부터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 항상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몸에 지니는 장비만도 방탄조끼·무전기·기관단총·권총 등 무려 25㎏에 이르지만 오랜 훈련으로 이들의 몸놀림은 가볍기만 했다. 여경 특공대의 역사는 이제 겨우 2년 남짓. 테러·총기인질 등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특공대가 창설된 것은 1983년이지만 여성특공대가 생긴 것은 2000년 5월이었다.

당시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대원 10명은 대부분 태권도 교관·레슬링 선수·특공부대원 출신이다. 태권도·합기도·유도 등을 합해 개인당 6단이 넘을 정도로 상당한 무술 실력을 갖고 있다.

월드컵처럼 대규모 국가행사에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이들의 훈련 강도는 어느 때보다 셌다.

특히 대원들은 훌리건들의 난동에 대비해 경기장에 가상상황을 만들어 놓고 진압 훈련을 해왔다. 헬기에서 경기장 중앙으로 뛰어내리거나, 간호사나 웨이트리스로 위장해 인질을 잡고 있는 범죄자를 제압하는 훈련 등이다.

혹독한 훈련과 특수임무 속에서도 이들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미소를 잊지 않았다. 막내인 金순경은 환하게 웃으며 "테러는 저희가 지킬테니, 질서는 시민들이 지켜 주세요"라는 인사말을 전했다.

백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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