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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주최 농촌마을가꾸기 대상] 전북 진안 능길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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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전북 진안군 능길마을 산골학교를 찾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인진쑥물로 천연염색을 하고 있다.[양광삼 기자]

22일 전북 진안군 동향면 능금리 능길마을. 읍내 남녀 중학교 3학년생 100여명이 농촌체험을 나왔다. 쌀쌀한 날씨 속에 천연염색 실습을 한 학생들은 마냥 신기한 표정이었다. 인진쑥 물을 우려낸 통에 담갔다 꺼낸 손수건이 초록 빛깔이 든 것을 보고는 "예쁘다"를 연발했다.

이어서 마을 앞에 설치된 1kw짜리 풍력발전기에서 무공해로 얻은 전기로 원두막 옆 가로등 빛을 밝힌다는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손으로 고구마를 쪄 간식으로 먹기도 했다. 가마솥에 물을 붓고 직접 장작불을 때 익힌 고구마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자 여기저기서 "하나 더"를 외쳐댔다.

능길마을은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제3회 농촌마을가꾸기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부상으로 1억원의 상금도 받았다.

능길마을은 작은 산골에 불과하지만 '농촌체험마을'로 각광받고 있다. 가족단위로 이곳에 와 농촌의 정서를 흠뻑 느끼고 즐기려는 도시민들에겐 안성맞춤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다녀간 도시민은 지난해 1만4000여명, 올해 1만3000명이다.

능길마을은 4~5년 전까지만 해도 외지인을 구경하기 힘든 산간 오지였다. 방문객이라고는 설.추석 등 명절 때 귀성하는 자식들이 전부일 정도였다. 급속한 이농과 고령화 현상으로 한때 100여가구 500여명에 이르던 주민은 50여가구 100여명으로 줄었다.

이런 산골이 대표적인 '팜스테이(농촌체험마을)'로 변모하게 된 것은 현재 마을 대표를 맡고 있는 박천창(45)씨가 2000년 일본 연수를 다녀온 뒤 "생태농업으로 도시민을 끌어들이자"는 주장을 하면서부터다.

처음에 탐탁지 않게 여기던 주민들은 강원.충남 등 다른 곳의 운영실태를 견학한 뒤 생각이 바뀌어 현재는 34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농협은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해 대전.전주 지역 아파트 주민을 연결해 줬다. 능길마을 농민들은 농약 없이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또 학생이 없어 문을 닫은 초등학교를 인수해 농산물 가공공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전통염색체험장 등을 꾸미고 단체 숙박객을 맞을 수 있도록 한쪽에는 황토방도 만들었다.

마을을 찾아온 도시민들에게는 계절별 농사체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봄철은 씨앗 뿌리기를 하고 여름에는 감자.고구마 캐기와 옥수수 따기, 가을에는 벼 베기와 메뚜기.미꾸라지 잡기 등을 할 수 있다. 또 마을 앞 개천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반딧불이.허수아비를 구경하고 밤 줍기 행사나 연날리기.팽이치기 등의 이벤트도 있다.

마을 주민들은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무공해 쌀과 직접 재배해 만든 인진쑥 진액을 비롯해 한방 배즙.호박즙.오가피.메주.된장.고추장 등도 판매한다. 이렇게 벌어들인 소득은 올해 7억여원, 가구별로는 과거보다 30~40% 수입이 많아졌다.

2002년에는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로, 2003년에는 산림청의 '아름다운 마을 숲 가꾸기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KG케미컬사와 1사(社)1촌(村) 자매결연을 해 연간 무공해 쌀 2000여가마씩을 판매키로 협약했다. 장기적으로는 풍력.태양열.지열을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석유.전기 소비를 줄이고 대체에너지 사용을 늘릴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박씨는 "평소 도시 콘크리트 숲속에서 살던 도시민들이 이곳에 와 논에 나가 오리를 몰아보고, 산에 올라 나물을 뜯는 등 체험을 하고 나면 진한 감동을 받는다"며 "떠날 때는 '내년에 꼭 다시 오겠다'며 약속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자랑했다.

한편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에서 우수상 및 장려상을 받은 마을은 다음과 같다.

◆ 우수상=▶경기도 이천시 율면 석산리 부래미마을▶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공근리마을▶충남 태안군 이원면 관1리 볏가리마을

◆ 장려상=▶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신론리마을▶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1리마을▶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장신2리 소똥령마을▶충남 예산군 신양면 귀곡리 해바라기마을▶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달오름마을▶경남 사천시 곤양면 서정리 비봉내마을

진안=장대석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바로잡습니다] 12월 23일자 14면 '생태농업으로 … 부자 됐어요' 제하의 기사에서 전북 진안군 '능향면'을 '동향면'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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