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아들 소환 '아우 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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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의 최대 화두(話頭)는 '대통령 아들 사법처리'가 될 전망이다.

검찰이 사실상 소환 절차에 들어갔고,소환 대상인 김홍업·홍걸씨 형제도 변호인 선임을 서두르는 등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동생인 홍걸씨를 먼저 소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홍업씨의 경우 고교 동기인 김성환(전 서울음악방송 회장·구속)씨와 주고받은 돈을 아태평화재단 임직원들을 통해 수시로 세탁한 사실이 14일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추적작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소환 시기 및 추가 혐의=검찰은 이날 홍걸씨에 대해 "변호인이 선임되는 대로 즉각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14일 중 소환을 통보해 주말께 부를 것이 유력하다.

그에 대해선 지난해 3월 대원SCN에 타이거풀스 주식을 판 대금 3억원을 최규선씨를 통해 받았다는 부분이 우선 조사 대상이다. 이 돈의 대가성 여부가 사법 처리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의 모 중식당에서 기업체 대표들을 연쇄 접촉한 것은 이권에 직접 개입한 정황 증거가 된다.

홍업씨에 대한 소환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의혹이 가는 부분에 대한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다시 계좌 추적에 치중해 물증을 잡아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업씨가 김성환씨에게 빌려줬다가 받은 돈 중 16억원을 아태평화재단 임직원과 자신의 비서 등을 통해 현금은 수표로, 수표는 현금으로 바꾸는 수법으로 돈세탁했음을 새로 파악한 상태다. 검찰은 이 돈이 이권 개입 대가로 받았거나 기업체에서 불법 모금한 돈, 또는 대선 잔여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권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홍업씨가 친구인 김성환씨에게 건넨 18억원 중 건설업자 등이 입금한 수억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 1997년 대선을 치르면서 18억원중 4억~5억원 정도를 관리했을 수도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홍업씨의 돈세탁 사실을 밝혀낸 이상 관련자 자백이나 물증이 나오지 않더라도 계좌 추적을 통해 범법 사실을 밝혀내는 일은 시간 문제라는 입장이다.

다만 "돈이 워낙 잘게 쪼개진 채 철저히 세탁돼 있어 계좌 추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당초 예상보다 홍업씨의 소환이 다소 늦춰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인 선임=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적용될 법리적 문제점들을 꼼꼼히 가려내 따질 수 있는 실무형 변호사를 고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업씨의 경우 대전지검 차장검사 출신의 유제인(濟仁·사시 13회)변호사에게 사건 수임을 의뢰했다.

변호사는 13일 "아직 변호인 선임계는 쓰지 않았으며 금명간 사건을 맡을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고창 출신의 변호사는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9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김홍걸씨는 평검사 출신인 조석현(曺碩鉉·사시 23회)변호사 등 3~4명을 접촉 중이다.曺변호사는 "사흘 전 아는 사람(청와대측 메신저)이 홍걸씨 변론 의사를 타진하면서 선임계 양식의 서류를 작성해 달라고 해서 해줬다"고 말했다.

曺변호사는 전남 강진 출신으로 광주일고·한양대 법대를 나왔다. 두 변호사 모두 변론이 꼼꼼하고 집요한 데다 특히 의뢰인에게 헌신적인 변호사로 정평이 나 있다.

조강수·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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