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북심리전 권고안 불발 … 찬성 4 조건부 찬성1 반대 4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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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가인권위원회가 28일 제10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북한주민의 자유로운 정보접근 관련 권고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인권위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져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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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인권위원이 발의한 안건에는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전단 살포, 전광판 설치 등을 재개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위원은 이날 열린 전원위에서 “북한에서는 공개처형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아우슈비츠 같은 강제수용소가 운영되고 있다”며 “한류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화를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해 인권의식을 높이자는 것이 이번 제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참석한 인권위원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권고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최경숙 위원은 “이번 안건은 대북정책이지 인권정책이 아니다”며 “인권위의 권고 사항으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최윤희 위원은 “인권이라는 게 거창할 것 같지만 결국 자유와 평등”이라며 “우리가 누리는 것만큼 북한 주민들도 누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권고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조국 위원은 권고안에 대해 “대북 전단 살포 등을 재개한다면 오히려 남북 관계가 경색될것으로 보인다”며 “방법론적으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태훈 위원은 “그동안의 남북 교류는 북한 일반 국민이 아닌 소수의 핵심 인재들과의 교류였다. 전단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실상을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인권위는 2005년 처음으로 국내 탈북자의 인권상황 개선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북한 강제수용소 등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와 관한 의견을 표명해 왔다. 그러나 인권위가 대북 인권 문제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행동을 권고하는 안건을 논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원위는 인권위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이날 열린 전원위에서는 이번 권고안을 놓고 한 시간 넘게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찬성 4표, 조건부 찬성 1표, 반대 4표로 팽팽하게 나뉘어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날 전원위에는 문경란 상임위원을 제외한 9명의 인권위원이 참석했다. 한태식 위원은 “원칙적으로 북한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전단 살포를 인권위에서 권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조건부 찬성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현병철 위원장은 다음 전원위에서 이 안건을 재논의키로 했다. 현 위원장은 “위원들이 북한 인권 개선에는 동의하지만 방법론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안건을 다시 상정해 논의하자”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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