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너무 많이 풀렸다" 금리 올려 物價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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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은행이 7일 콜금리를 올린 것은 물가 불안 요인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다. 올 들어 집값·전셋값이 많이 오르고 국제 원유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물가가 오를 기미가 보이자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6%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지방자치단체 선거(6월)와 대통령 선거(12월)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이완되면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커질 상황이기 때문에 머뭇거려선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3월 총유동성(M3) 증가율이 억제 목표인 12%를 넘어선 데 이어 4월에도 13%까지 올라가는 등 통화량이 크게 늘어난 게 이번 인상의 직접적인 배경이었다고 한은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풀린 돈이 설비투자 등 생산적인 용도로 가지 않고 가계대출로 몰리면서 부동산 투자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임으로써 물가를 올릴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자산 거품현상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금리 인상의 파장=콜금리 인상 여파로 이날 국고채(3년) 금리는 6일보다 0.05%포인트, 양도성 예금증서(CD·91일) 금리는 0.07%포인트 오르는 등 장·단기 시장금리가 모두 올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고채 등 장기금리는 이미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CD 등 단기금리도 소폭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CD금리가 오를 경우 CD금리에 3개월 단위로 연동돼 책정되는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여 가계엔 약간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한빛은행이 8일부터 대출금리와 수시 입출금식 초단기예금인 MMDA의 금리를 0.2%포인트씩 올리기로 하는 등 금리 인상에 나서는 금융기관이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 업계는 인상폭은 작지만 향후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현대건설 원현수 상무는 "이번 조치가 심리적으로 부동산 투자 분위기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앞으로 한두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경우 투자용 부동산은 물론 아파트 구매 수요가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반응 및 향후 전망=대부분 전문가들은 인상 뒤 콜금리인 4.25%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무분별한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릴 수도 있음을 경고한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조흥은행 지동현 상무는 "이번 콜금리 인상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적절한 신호를 준 조치"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도 "초저금리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심리를 바로잡은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승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의 방향은 긴축으로 가지만 전체적인 수준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해 가까운 시일 내에 콜금리의 추가 인상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차진용·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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