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수사 '청와대 부담' 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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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업씨 관련

의혹들

▶고교 및 ROTC 동기인 김성환씨의 차명계좌를 통해 10억원 이상의 자금을 거래하면서 이 중 6억원이 아태재단 신축공사비와 재단 직원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지출된 이유와 두 사람 사이의 돈거래 성격

▶김성환씨가 34개 차명계좌로 관리해온 2백억원대 자금과 홍업씨의 관련 여부

▶1999년 아태재단 기획실장 시절 건설업체 이권에 개입하며 1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임정엽씨 비리와 아태재단의 연관성 의혹

▶홍업씨 개인 사무실 여직원이 '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된 P정보통신사의 주식 5천만원어치를 보유한 의혹

▶이용호씨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해외로 도피한 모 방송국 전 간부와 지난해까지 접촉한 이유

▶98년 초 김성환씨가 D건설업체 사장직을 맡은 배경과 김성환씨가 이 회사에서 한 역할

◇홍걸씨 관련

의혹들

▶현 정부 출범 전 최규선씨가 용돈과 미국 집 구입 명목으로 줬다고 주장하는 9만달러의 성격

▶2001년 4월 서울 시내 모 백화점 주차장 등에서 최규선씨 돈이 수백만~수천만원씩 든 쇼핑백을 동서 황인돈씨 등을 통해 수차례 전달받았다는 의혹

▶2001년 3월 D사의 朴모 사장에게서 조폐공사 지폐 보안장치 개발 사업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김희완씨를 통해 1억5천만원을 차 트렁크에 전달받는 등 7억5천만원 챙긴 의혹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이 체육복표 '스포츠토토' 사업권을 따낼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타이거풀스 주식 1만3천주를 받아 동서 회사 직원들의 명의로 관리해 온 의혹

▶지난해 LA에서 이신범 전 의원에게 소송 취하 합의금 명목으로 지불한 10만달러와 호화 저택 구입에 지출한 97만달러의 출처

김대중 대통령이 두 아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함에 따라 김홍업·홍걸씨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절차가 사실상 시작됐다. 金대통령의 입장 표명으로 사법처리 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검찰은 두 사람 가운데 누구를 먼저 소환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혐의의 경중 등을 면밀히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시기의 문제일 뿐 현재로선 두 사람이 사법처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태재단 부이사장인 김홍업씨는 고교동창인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 김성환씨의 1백억원대 차명계좌 추적과정에서 그와의 대가성있는 돈 거래 의혹이 더욱 구체화된 상태다.

미국 유학생인 김홍걸씨 역시 동서 황인돈씨 등을 통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구속)씨와 돈 거래를 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두 사람의 사법처리 시기는 관련자들의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다음 주말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김홍업씨와 아태재단 관련 의혹=대검 중수부는 그동안 김홍업씨 돈 일부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환씨의 34개 차명계좌에 대해 광범위한 자금추적을 벌여 김성환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해 10억원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확인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김성환씨의 혐의는 ▶세무조사 무마 등의 청탁과 함께 식품업체에서 1억7천만원▶국방부 공사 수주를 명목으로 건설업체에서 1억3천만원▶아파트 공사 수주 청탁과 함께 건설업자에게서 수억원▶건설업체에서 월급 명목 등으로 1억원 가량을 받은 것 등이다.

수사의 초점은 김성환씨가 청탁과 함께 받은 돈의 일부를 김홍업씨나 아태재단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는지에 맞춰져 있다.이와 관련해 검찰은 1998년 김성환씨가 부도위기에 몰린 D주택 사장으로 영입되는 과정에 김홍업씨의 청탁이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 조사 중이다. 또 D주택을 퇴직한 직후 이 회사에서 5천만원을 받아 아태재단 여직원 명의의 차명계좌에 입금한 사실을 밝혀냈다.

어쨌거나 검찰이 김성환씨를 다음주 소환키로 한 것은 김홍업씨의 혐의를 일부 확인했으며, 두 사람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굳혔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은 그동안 김성환씨를 곧바로 소환할 경우 김홍업씨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 두 사람 사이의 돈 거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홍업씨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3남 홍걸씨의 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홍걸씨 돈(수수)여부 곧 확인=그의 동서 黃씨가 최근 쇼핑백에 든 돈 심부름을 했다고 시인한 데 이어 최규선씨마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김홍걸씨의 혐의도 상당부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29일 黃씨에 이어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불러 조사할 경우 김홍걸씨 관련 의혹도 더 이상 감춰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사람이 김홍걸씨에게 돈을 직접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김홍걸씨의 이권개입과 대가성 있는 금품수수 여부를 밝힐 결정적 열쇠인 셈이다.

검찰은 일단 黃씨를 상대로 김홍걸씨에게 ▶돈을 건넨 경위와 정황▶쇼핑백 안에 든 돈의 액수▶崔씨의 청탁 유무 등 대가성을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해 3월 1억5천만원을 김홍걸씨의 차 트렁크에 넣어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김희완씨는 휴대폰마저 끊은 채 잠적, 검찰 출두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소환 일정이 늦춰질 수도 있다.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파악되면 검찰은 김홍걸씨를 알선수재나 알선수재의 공범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재현·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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