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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 장터' 결산…올 63만명 '사랑 나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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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 이제부터 다 500원이요!" "지금 사시면 보너스로 사탕도 드려요!"

차가운 강바람이 옷깃을 더욱 여미게 한 18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뚝섬유원지역 광장.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상자가 놓인 좌판 앞에서 단짝 친구 희정(10.연지초 4)과 단비(10.연지초4)가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는요. 목소리가 커야 손님이 많이 와요." "몇 개 안 남았을 땐 조금 싸게 팔면 금방 팔리더라고요."

희정이의 그럴 듯한 '장사 노하우'에 지나가던 어른들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 18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뚝섬유원지역 광장에서 열린 '아름다운 나눔장터'를 찾은 외국인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신인섭 기자]

▶ "이 머리핀 어때요. 하나 사세요." 털모자를 쓰고 장터에서 물건을 파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해맑다.[신인섭 기자]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가게'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매달 이곳에서 열고 있는 '아름다운 나눔장터'가 18일 10회째를 맞았다. 안 쓰는 물건을 가져와 팔고 사며 수익금 일부를 불우 이웃에게 기부하는 알뜰 벼룩시장이다. 지난 3월 27일 시작된 '아름다운 나눔장터'는 이제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이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3만여명의 시민이 몰려 2004년 마지막 장터의 추억을 함께 나눴다.

올해 뚝섬 나눔장터를 찾은 시민은 모두 63만여명. 이들은 총 6만6800여점의 물건과 3416만원의 수익금을 가게에 기부했다. 연인원 1500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는 광장 줄 긋기부터 자리 배분, 물건 정리, 쓰레기 줍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봉사활동에 나섰다.

SK텔레콤.NHN.투니버스.포스코 등 기업체에서도 휴대전화 무료 수리, 페이스 페인팅 등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했다. 매달 20명의 직원과 함께 참여했다는 포스코의 송명석(48)수주공정실장은 "장터 일이라면 이제 우리가 전문"이라며 "매달 한 번씩 새로운 직장에 나오는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장터는 특히 어린이와 장애우 참가자들에게 살아 있는 교육현장이 됐다. 초등학생 아이 둘을 데리고 장터를 찾은 주부 김수현(38.강남구 일원동)씨는 "장터는 절약과 환경 보호, 이웃 사랑을 동시에 가르치는 최고의 현장 학습장"이라고 말했다.

개장 초기 사고를 우려해 참가를 주저했던 참사랑한마음공동회의 장애 아동들은 직접 만든 공예품을 장터에서 팔며 사교성을 길러 이젠 누구보다 장터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한푼 두푼 모인 수익금 3416만원은 모두 소외된 이웃을 돕는 데 사용했다. 3.4월 수익금이 결식아동 돕기에 사용된 것을 비롯해 조손(祖孫)가정.이주노동자.장애인 등을 돕는 데 쓰였다.

이날 장터에서 거둔 수익금 155만원은 11월 장터 수익금과 합쳐 내년 1월 혼자 사는 노인 등에게 쌀.반찬 등의 생필품을 지원하는 '나눔보따리 대작전'에 쓰인다.

아름다운 가게 조현경(35)간사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이 없었더라면 장터도 없었을 것"이라며 "장터와 더불어 재활용 문화와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나눔장터'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동절기(1.2월)에는 휴장하고 내년 3월 19일 다시 장이 설 예정이다. 올해에는 매달 셋째 토요일 장터가 열렸으나 내년부터는 매달 첫째.셋째 토요일 두 차례 개최된다.

김은하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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