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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댐'해법 없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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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금강산댐을 완공하고 담수에 들어가자 북한강이 실개천이 돼버렸다. 북한은 휴전선 북방에 우리가 금강산댐이라고 부르는 임남댐 외에도 서너 개의 댐을 더 만들어 저수된 물을 모아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45㎞의 도수터널을 통해 동해 안변 방면으로 역류시켜 3백m의 낙차를 이용해 발전을 하고 있다.

북한강 막혀 물 자꾸 줄어

화천·의암·춘천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한 지 몇달이 됐고, 청평·팔당발전소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에서는 화천댐 유입량을 관찰해본 결과 화천댐 유입량이 연평균 29.3억t에서 25.8억t으로 3.5억t이 줄어 평년에 비해 12% 정도가 줄었고, 이를 한강수계 전체로 보면 2% 정도가 준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발표해왔지만, 이는 북한강이 완전히 차단된 2000년 말 이전의 낡은 통계에 의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강 차단 이후의 사태는 그간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난해 4월 화천댐 유입량은 평년에 비해 80% 정도가 줄었다. 5월에는 무려 93.5%나 줄어 발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화천댐 유입량의 2001년 감소치는 정부에서 그간 발표해온 바와 같이 3.5억t이 준 것이 아니라 17.7억t이 줄어들었는데, 이는 북한의 임남댐 북방 유역면적에서의 평년 총강수량 18억t과 거의 일치한다. 결국 북한강 차단으로 화천댐 유입량의 60%인 17.7억t이 줄어들었고, 이는 정부가 발표해온 바와 같이 한강수계 전체 유입량 1백50억t의 약 2%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무려 12% 정도나 감소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부터 우리가 보는 한강은 이전의 한강이 아니다. 서울에서 보는 한강은 예년에 비해 1~2m나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한강물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홍수 때는 좋을 수도 있겠지만, 경인운하를 파는 경우 몇 m씩 더 깊게 파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며, 강바닥이 얕아 주운(舟運)이 어려워질 수 있는 곳이 늘어날 것이다. 춘천댐 이북의 북한강은 나머지 40%의 강물이 있을 것 같지만, 장마철에 흘려보내는 물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10% 내지 20%밖에 되지 않을 것이므로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마저 부족한 시냇물로 전락했다.

지금도 화천댐 이북 북한강에 가보면 그 옛날 배가 다니고 뗏목이 떠내려갈 만큼 출렁이며 흐르던 자국이 산허리에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걸어서 강바닥을 건너다닐 수 있다. 지난 여름 장마가 한창이던 7월에도 이와 비슷했다. 예년 같으면 수심 30m 정도로 화천읍 당거리 철교를 흘러 넘치던 북한강은 바지를 좀 걷으면 쉽게 건널 수 있었다.

북한강 차단으로 인해 발전을 못하고 농업용수와 공업용수가 부족하고, 유량 부족으로 천연적 정화작용이 떨어져 오염이 심각해지면 팔당댐의 수질이 더욱 떨어질 우려가 있다. 생태계의 파괴현상도 심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째서 북한측에 대해 한마디 말도 못하고 있는가. 지금도 북한은 임남댐 저수용량을 늘리기 위해 중축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겨울에는 북한에서 댐이 무너졌는지 보름도 넘게 3억5천만t의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와 때아닌 '겨울홍수'를 겪기도 했다.

96년 말, 필자가 3~4년 후 북한강이 차단된다고 문제를 제기했을 때 정부는 북한이 임남댐 공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나, 실제로 북한은 2단계 공사를 개시했다. 그후 정부가 대비책으로 제시한 동강댐과 밤성골 댐은 타당성이 없음이 판명이 났다.

지금이라도 北과 협상을

임남댐을 건설하는 기미가 보이면 북한에 대해 대응을 하겠다던 정부는 북한이 99년 임남댐 물막이 공사를 해도 모른 체했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져 들떠 있는 분위기 속에 북한강을 차단했어도 역시 모른 체했다.

북한이 북한강을 잘라 매년 가져가는 18억t의 수자원을 보충할 대안은 없다. 정부에서는 지금 북한과 임진강 치수문제를 협의하겠다고 하지만 북한이 현재 임진강 상류에 몇개의 댐을 짓고 있으므로 조금 더 기다리면 이 문제는 웬만큼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강 문제는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북한의 차단행위는 기정사실이 돼버리고 만다. 지금이라도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한다. 평화의 댐도 북한과 협의해 활용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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