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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MSCI, 그리스는 선진 지수에 놔두고 … 한국에는 깐깐한 잣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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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 지수를 산출하는 MSCI 바라의 복잡한 설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은 여러 큰 조건은 두루 충족했으나, 몇몇 작은 요건에 걸린다는 얘기다. 외국인 등록 제도, 환전의 편의성, 시장 접근성 등이 그런 부적격 요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국내 증권업계나 한국거래소, 이에 대해 “아프다”는 반응은 안 나온다. 오히려 설득력이 약하지 않나,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시각이 나온다. 예컨대 MSCI 선진지수에 들어가 있는 이스라엘을 보자. 글로벌 증시의 메이저 플레이어도 아니다. 시장 접근성을 기준으로 봐도 MSCI의 요건을 완벽하게 만족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도 지난해 선진지수 편입에 성공했다. 최근 세계 경제 의 지뢰밭으로 변해버린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MSCI 선진지수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MSCI 바라는 “그리스 재정위기가 주식 시장의 접근성이나 투자의 용이성 측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그리스의 선진국 지위를 유지키로 했다”고 해명했다. 증시 선진국의 지위를 누리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증시 시가총액은 전 세계의 0.12~0.13%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1.93%로 이들의 10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한국이 선진지수에 들어가지 못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주식 시장 데이터의 이용 제한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MSCI가 시세 데이터를 사용한 상품 개발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한국거래소(KRX)와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말이 증권가에선 MSCI 바라의 발표가 있기 전부터 이미 좍 퍼졌다.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은 발표가 나오기 전에 MSCI를 상대로 지수 무단 사용에 대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편입 여부가 결정 나는 미묘한 시기에 대응을 잘못한 셈이다.

우리 경제의 체력과 기업 실적, 그리고 증시의 규모를 고려하면 MSCI 선진지수 편입에 실패했다고 무슨 큰일이 벌어지진 않는다. 선진 시장과 이머징 시장에 한 발씩 담그고 최대한 이익을 추구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선진지수 편입은 ‘그들만의 리그’라 하더라도 나름대로 상징성이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수’를 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전략을 짜는 것이다. 날로 커지는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불량지수를 솎아내고 한국을 넣는게 낫다고 스스로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하현옥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