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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벤처' 대박 꿈 영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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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7일 오전 10시 전북 정읍시에 있는 학산정보산업고 학산제과점 제빵실. 하얀 가운과 조리모를 쓴 여고생 10여명이 얼굴에 하얀 밀가루를 묻힌 채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었다.

바로 옆 빵 제조대에서도 학생 5명이 국화꽃 모양 등 갖가지 빵을 만드느라 손놀림이 분주했다.

이명희(19.3년)양은 "빵의 맛은 반죽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 10월 29일 교내에 학생들이 빵을 만들어 파는 제과점 문을 열어 두달여 동안 2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과점은 제빵제과과와 호텔조리학과 학생 60여명이 운영하며 주로 학생과 인근 주민들에게 빵을 판매한다. 학교 측은 이익금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 15%, 지도교사들에게 15%를 지급하고 나머지 70%는 재투자하고 있다.

이종부 교감은 "학생들에게 졸업 후 곧바로 창업하거나 취업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지난 7월부터 교육인적자원부가 선정해 지원하는 실업계 고교의 학교기업과 중소기업청이 2002년부터 지원하고 있는 고교창업 동아리들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학생들은 돈도 벌고 공부도 하고 기술도 익히며 창업과 취업의 꿈에 부풀어 있다.

◆ 학교기업=충남 논산시 충남인터넷고의 학교기업인 '디지털조이'는 지난 7월 설립한 뒤 지금까지 지역 축제와 각종 행사 촬영 등으로 600여만원을 벌었다.

학교 측은 수익금 일부로 기업 직원인 학생 2명을 내년 1월 중국 산둥(山東)성으로 교육연수 보낸다.

디지털조이는 내년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떠맡았다. 최근 대상정보기술.피알존 등 e-러닝콘텐트 전문제작업체 7곳, 목원대.건양대 등 대학 5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디지털조이는 내년에 적어도 1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0월 설립 이후 반도체 라인에 들어가는 기계부품 등을 생산하는 대구 서부공고의 학교기업도 지금까지 200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학교는 대구 성서에 있는 벤처기업인 NRT와 상호교류 협정을 맺고 제품을 이 회사에 납품하고 있으며 현재 발차기.주먹치기 등을 연습할 수 있는 '미트(MEET)'로봇을 개발키로 하고 부품을 가공 중이다.

◆ 창업동아리=이와 함께 교내 창업동아리의 활동도 활발하다. 충남 부여군 임천면 부여전자고교의 창업동아리인 'KTC(Korea Tour Con-sulting)'는 홈페이지를 대신 제작해 준다. 올 한해 동안 관공서.식당.복지시설 등 10여곳의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해주며 총 2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아리는 지난해 7월 학생 5명이 부모와 지역 출향인의 장학금 등을 모아 300만원으로 설립했다. 학생들은 직접 면사무소나 식당 등을 두루 찾아다니며 사이트 필요성을 역설, 사업권을 따냈다.

강원도 동해상고 창업동아리(13명)가 만든 '종이사랑(http//dgbizcool.compt.net)'도 올 성탄절을 맞아 자체 제작한 키세스 초콜릿 100만원어치를 판매할 계획이다. 키세스초콜릿은 삼각형 모양의 초콜릿을 다양한 색깔의 종이로 장식한 것이다.

◆ 학교기업이란=교육부가 도입한 학교기업은 실업계 고교의 교육과정과 연계해 물품을 제조.가공.판매하는 일에 학생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학생의 창업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부는 올 3월부터 선린인터넷고.여주자영농고.충북공고.구례농고.거제공고를 학교기업 실험학교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3년간 시범운영된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지난 7월 충북공고.경남거제공고.인천기계공고.대구 서부공고.학산정보산업고 등 5곳의 학교기업을 선정해 1억4000만원씩 지원했다.

서형식.황선윤.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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