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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농구선수 시절 배탈나도 머큐롬 발라 '아까징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연세대 농구부 74학번은 일곱 명이다. 신선우(프로농구 KCC 이지스 감독)·박수교(전 모비스 오토몬스 감독)·최희암(오토몬스 감독)과 장봉학·배기남·손영호·김왕년 씨 등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최희암 감독의 별명은 '아까징끼'(소독약 머큐롬)다.

그가 연세대 농구부에서 뛸 때 머큐롬에 중독된 듯 이 약을 애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대학 농구부 훈련장의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못이 삐쭉삐쭉 튀어나온 험지(險地)였다. 무릎 보호대 같은 것을 찾아보기 힘든 시절이었으니 선수들의 몸은 하루도 성한 날이 없었다. 선수들은 상처만 나면 머큐롬을 발랐다.

그런데 崔씨는 타박상에만 머큐롬을 바른 게 아니었다. 머큐롬을 '신비의 영약'처럼 믿어 배탈이 나도 배꼽에 머큐롬을 바를 정도였다. 배꼽에 머규롬을 바른 그의 수비에 상대팀 선수들은 일종의 귀기(鬼氣)까지 느꼈다고 한다.

崔씨는 이라크 건설현장 감독과 연세대 감독을 거쳐 프로팀 오토몬스의 사령탑에 올랐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의 가슴에는 농구에 목숨을 걸던 시절 배꼽에 둥그렇게 발랐던 머큐롬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의 1년 후배인 신동찬(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 감독)씨는 "후보선수였던 그는 머리부터 내밀고 들어가는 스타일이었다. 투지가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머큐롬의 효과를 묻자 崔씨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효과는 없다. 그러나 효과가 있다고 믿으면서 머큐롬을 발랐고, 맹목적으로 뛰었다. 뛰겠다는 의지가 있는 한 다리가 부러졌더라도 머큐롬을 바르면 뛸 수 있었을 것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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