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차로 어려운 이웃에 음식 제공 : 유정자 원광모자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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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 세상엔 좋은 분들이 참 많아요. 가난한 사람들의 몫으로 음식을 따로 남겨두고 연락하시는 시장의 두부가게 아저씨, 콩나물을 파는 아주머니…."

전북 전주시 평화동 원광모자원 유정자(50·여·사진)원장. 원불교 교무인 그는 '사랑의 냉동차 기사'로 불린다. 그는 1t짜리 냉동탑차를 몰고 다니며 전주 시내 곳곳에서 남은 음식을 거둬 결식 아동이나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제공한 지 10여년이 지났다.

"주시는 분들도 감동을 주지만 연신 '고맙다'면서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장애인·노인들도 코끝을 찡하게 합니다."

그는 음식을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으면 아무 때나 차를 몰고 달린다. 빵집이나 상점 등에서는 영업이 끝난 뒤 오후 9시가 넘어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명절 연휴 때면 연락이 줄을 잇는데 이때는 정말 신바람이 난다.

의지할 곳 없는 20여 모자(母子)가구를 10여년간 돕던 그는 1998년 불우한 이웃에 음식을 나눠주자는 취지로 설립한 '전주 푸드뱅크'의 대표가 되면서 냉동탑차의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다. 운전하고 손수 배달하기 때문에 몸이 열개라도 모자하는 그에게 일찌감치 따둔 운전면허는 큰 힘이 되고 있다.

"20대 초반 원불교에 출가했을 때 운전면허를 땄지요. 교무로 보육원·양로원 등에서 일하면서 노인들을 목욕탕에 모실 때나 시장 보러 갈 때 봉고를 운전해야 했거든요."

전주 푸드뱅크는 학교·식당·빵집 등에서 받은 음식을 전주시내 사회복지시설과 장애인·홀로 사는 노인·소년소녀 가장 등 3백여가구에 전달한다. 그러나 공급되는 음식량은 들쭉날쭉하다.

그는 "푸드뱅크를 잘 활용하면 한해 수조원어치씩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다"며 "남는 음식이 있으면 (국번 없이)1317로 전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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