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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방송에 걸맞은 심의 규정 만들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방송위원회는 지난 2일 위성방송의 유료 성인영화 채널인 스파이스TV와 미드나잇 채널의 29개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나 '해당 프로그램의 중지'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들 프로그램은 반라 여성의 모습이나 남녀의 애무 및 정사, 자위행위 등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들을 여과없이 방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송위가 밝힌 "이들 프로그램이 실제로 저질 포르노의 수준이었고 제대로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제재 이유에 수긍이 가면서도 찜찜한 부분이 많다.

성인영화를 방영하는 HBO 플러스·스파이스TV·미드나잇 채널은 모두 기본 시청료 외에 5천~7천8백원의 돈을 따로 내고 보는 유료채널이다. 가입자는 비디오 가게에서 남의 눈치 보며 성인물을 빌리는 대신 당당하게 TV로 이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면에서 이번 방송위의 심의 결과는 이들의 '야한 영화를 볼 권리'를 침해한 셈이다.

방송용 성인영화에 대한 심의 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현재 방송위는 지상파에 대한 기존 심의규정을 케이블과 위성 방송에도 적용하고 있다. 성인물을 표방한 성인영화 채널을 지상파 프로그램과 똑같은 잣대로 심의를 하니 무더기 징계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성인영화 채널의 한 관계자는 "내부 토론을 통해 영화를 선택하지만 방송위의 심의 기준이 딱히 없어 사후심의 결과가 날 때까지 불안에 떤다"며 "성인물에 대한 자세한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수만가지의 다양한 콘텐츠들이 양산되고 있는데도 규제나 심의는 이런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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