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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일의 마켓 워치] PB 서비스 경쟁 ‘포화 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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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대한민국 축구대표 팀의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전국이 남아공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지 교민, 붉은 악마 원정 응원단과 함께 남아공 현지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관중에는 프라이빗 뱅킹(PB) 고객도 있다. 은행이 마련한 ‘남아공 월드컵 관전 서비스’에 참여한 PB 고객들이다. 한국 대표 팀 경기 관람은 물론 남아공의 이국적인 정취도 경험하는 색다른 PB 서비스여서 고객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과거 금융회사의 VIP 마케팅은 정기예금에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고금리 마케팅’이 주류였다. 그러나 최근의 PB 서비스는 남아공 여행처럼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PB란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을 종합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무, 부동산 컨설팅, 문화·레저 서비스 등으로 마케팅의 대상과 범위가 넓어졌다.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하는 자산가들이 PB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PB 서비스는 대상 고객의 연령과 성향에 따라 구분된다. 자녀를 대상으로 한 해외 명문대 유학 컨설팅, 청·장년 고객 대상 프로암 골프대회, 은퇴 고객을 위한 국내 여행 서비스와 장례 지원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연령대별 특화 서비스다. 와인 아카데미 운영, 미술관 투어, 유명 디자이너 패션쇼 초청 등 고객 라이프사이클이나 성향에 맞는 PB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PB 고객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소위 ‘패밀리 오피서’ 형태의 PB 서비스도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고객 자녀 만남 서비스’다. 비슷한 계층의 자녀들이 특정 주제를 가지고 만나니 자연스럽게 이들 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다. 가업승계 전략, 상속설계 등 특화된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가 이들에게 제공되기도 한다.

특히 세대 간 ‘부의 이전(Wealth Transfer)’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PB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자수성가한 1세대 PB 고객 중 상당수가 은퇴 후 노년기로 접어들고, 이제 그 자녀 세대가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떠올랐다. 1세대의 자산관리의 노하우를 오랜 시간 함께 공유한 PB라면 자녀 세대로의 원활한 부의 이전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PB가 자산관리의 파트너로 고객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이런 마케팅은 모두 허사다. 고객이 먼저 찾아올 만큼 PB의 자질을 높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게 한국 PB 시장의 선결 과제인 셈이다. 현재 많은 금융회사가 공모를 거쳐 정예 PB 인력을 선발하고 있다. 금융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한편 투자규제 완화에 대비한 폭넓은 금융상품 출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액 자산가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PB 전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권준일 하나은행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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